'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후배 누군가가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서태지. 지난 20일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발매에 맞춰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서태지가 감회를 털어놓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내 딸 아이도 들을 수 있는 음악"
- 한물간 가수로 본인 소개 여유도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돌아왔다.

무려 5년을 기다린 서태지의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가 지난 20일 전곡 공개됐다. 미리 공개된 '소격동' '크리스말로윈'(ChristMalo.Win)을 비롯해 총 9곡이 담긴 이번 앨범은 1년에 걸친 앨범 및 곡 구상, 2년 반 동안의 치열한 스튜디오 작업으로 완성됐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됐기 때문일까? '콰이어트 나이트'는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들을 수 있는 한 권의 동화책이라는 콘셉트로 꾸몄다.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소녀가 세상을 여행하며 경험하는 이야기와 그 소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서태지의 이야기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다. 음악적으로는 건반을 통한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색깔 강조와 이전보다 쉬워진 대중적인 음악을 추구했다는 점이 큰 변화다.

서태지는 9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 앨범에 관한 생각을 털어놨다.


-이번 앨범은 '변절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록보다 팝 가수 같다. 가정을 갖고 나서의 변화인가, 앞으로도 이런 음악을 지향할 것인가.

▶'변절자'라는 이야기는 시나위에서 나와 서태지와 아이들로 '난 알아요'를 할 때부터 들어왔다. 변하고 싶고 변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정이 생기고 가족과 같이 지내면서 확실히 여유가 생기고 행복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부분을 음악에 고스란히 담았다. 9집은 내 딸 아이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했다. 모든 이가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현재 내가 가장 잘하고 관심 있는 음악이다.

-앨범 전체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강조했다.

▶이번에는 서태지와 아이들 때처럼 건반으로 작업해서 건반 사운드가 많다. 일렉트로닉은 나와 뗄 수 없는 장르이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내가 시나위부터 록을 했기 때문에 음악적 베이스는 록이다.

-지난 18일 컴백 공연에서 신곡 '90s 아이콘'을 부르기 전에 "한물간 가수가 들려드립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1990년대는 어떤 의미인가.

▶노래를 소개하는 뜻도 있었지만, 진심이 담긴 멘트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요계 아이콘이 많지만 30, 40대를 지나면서 팬도 나이가 들고, 우리는 주변으로 밀려나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정도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우리에겐 더 소중한 추억이 있고, 밤이 오면 스타가 그 자리에 있듯이 나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에서 아이유와 함께 '소격동'을 부르고 있는 서태지. 서태지컴퍼니 제공

-선공개한 '소격동'을 두고 사회 비판적이라는 평도 있다.

▶그런 이야기가 나는 좋다. 어렸을 때 살았던 소격동을 얼마 전에 갔는데 가재를 잡고 놀던 시냇물이 다 말라 있었다. 당시 집에서 보면 서슬 퍼런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가 있었고, 민방위 훈련 때 탱크가 다녔다. 그런 시대적 배경을 담는 것은 꼭 필요했다. 아름다웠지만 그런 살벌함이 공존했다. 이번에 나온 '소격동'을 듣고 한편에선 아름다움을 느끼고 다른 편에선 공포를 느꼈다고 하는데 기분 좋았다.

-음원차트가 인기의 기준이다. 아이돌그룹 비스트와 함께 음원이 공개됐는데 순위는 저조하다.

▶8집 때도 저조했다. 이번에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아이유 씨 덕분에 '소격동'이 롱런하고 있고, '크리스말로윈'도 좋은 성적이 나왔다. 학교 다닐 때도 성적이 나오는 것으로 등급을 나누는 것이 싫어서 자퇴했다. 순위보다는 음악으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문화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화대통령'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하신 말씀에서 파생됐는데, 자랑스럽지만 족쇄 같기도 하다. '문화대통령'을 장기집권해서 독재자 같은 느낌인데 누군가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나는 선배로서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음악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