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가지의 오뎅이 멸치로만 끓여낸 육수에 담겨 감칠맛나는 오뎅국물을 만들어 낸다.

- 비빔국수에 뜨끈한 오뎅 한그릇
- 구수한 스지 한 꼬치 훌륭한 안주

오뎅의 우리말은 어묵이지만 왠지 오뎅이라고 해야 맛이 제대로 나는 기분이다. 어묵은 반찬같은 느낌이 더 강하고 오뎅이라고 해야 꼬치에 쏙 꽂혀서 김이 설설 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편안하고 가볍게 다양한 오뎅꼬치를 즐길 수 있는 범전동오뎅집(051-803-5008)에 들렀다. 옛 범전동오뎅집은 지금은 부산시민공원이 된 하얄리아부대 분수대 인근에 있었다. 이 가게의 맛을 이어 2009년 3월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40년 전통의 가게라 예전 단골들도 지금 가게를 찾는다고 한다.

오뎅집에선 오뎅도 중요하지만 국물맛에 방점을 찍는 손님들이 많다. 이 집에선 멸치만 사용해서 우려낸다는 국물맛이 신기했다. 다시마나 무 등 다른 것은 일절 넣지 않고 멸치만 1시간 30분쯤 끓여낸 뒤 불을 끄고 20분 후에 멸치를 건져내 만든다. 그런데 담백하고 깔끔하면서 비린내도 없었다. 게다가 뒷맛에는 연한 단맛까지 있어 '어떻게 이런 맛이 날까' 궁금했다. 멸치 종류를 달리 하느냐고 물으니 "남해산 멸치로, 종류도 한 가지"라고 했다.

	비빔국수와 오뎅을 곁들여 먹어도 별미다.

비결은 끓여낸 육수에 담겨있는 17~18가지의 어묵들이었다. 어묵은 생선살과 밀가루,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넣고 갈아서 튀겨낸 음식이다. 17가지의 어묵들이 이 육수에 담겨 있으면서 자신의 맛국물을 내어주는 게 맛의 비결이었다. 박영근 대표는 "부산의 고급어묵인 환공어묵만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렇기 때문에 오뎅국물이 가장 맛있을 때는 오후 4시경"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들에게 항상 맛있는 국물을 맛보여야 하므로 자신만의 노하우로 다른 시간대에서도 맛있는 국물을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뎅 국물을 마시는 스텐컵에는 손잡이가 달려있다. 오뎅 국물을 국자로 떠서 그 컵에 부어 마시므로 위생문제도 걱정할 것이 없다. 물컵에는 손잡이가 없어 국물컵과 쉽게 구분이 된다.

이 곳에는 오뎅만 먹으러 오는 게 아니다. 다른 인기 메뉴는 비빔국수. 비빔국수 양념장은 매실액과 고추장 등을 넣어 72시간 숙성해 사용한다. 그러면 뒷맛이 깔끔하다. 매콤한 비빔국수와 오뎅, 구수한 국물을 합쳐서 소위 세트처럼 먹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건져 먹는 오뎅들 중 몇가지 특이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 입맛에 가장 맞았던 것은 깻잎 오뎅. 깻잎을 잘게 다진 것이 들어있는 오뎅인데 향이 좋았다. 그리고 깻잎으로 오뎅의 느끼함도 잡아주어서 담백했다. 오징어살이 들어있어서 오징어 모양으로 생긴 어묵도 눈길을 끌었다. 오징어살이 있으니 중간중간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좋다. 잡채·만두 오뎅 등 독특한 오뎅들도 가득하다. 부산에서 주로 먹는다는 물떡도 있었다. 가래떡을 꼬치에 꽂은 것으로 부드럽게 퍼지면 간장과 아주 잘 어울린다. 이 물떡은 꼬마손님들에게도 인기였다. 취재 중에도 물떡을 아이들이 먹기 좋게 나무젓가락에 꽂아서 사가는 손님이 여럿 있었다.

모든 재료는 국내산만 고집한다. 소의 힘줄인 스지도 부드럽게 잘 삶겨서 구수했다. 스지는 손질하는 시간이 길다. 초벌로 삶는데만 2시간이 걸리고 기름을 제거한 뒤 다시 40분을 삶는데, 월계수와 바질 잎 등을 넣어 잡내를 없앤다. 오뎅이나 스지를 찍어먹는 간장도 그냥 간장이 아니라 오뎅국물을 섞어서 팔팔 끓여내 맛을 연하게 한 특별한 간장이다. 여기에 약간의 겨자를 풀어서 찍으면 간이 맞고 풍미도 좋다. 오전 11시~밤 9시. 매주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