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시사회 뒤 '사랑스러운 커플' 평가에 마음 놓아
- 원작 부담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 내놓기도
- 서울서 태어나고 자라 부산 오면 항상 즐거워

'러블리한 그녀' 신민아가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영화로 찾아왔다. 1990년 박중훈과 고 최진실 주연의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리메이크한 2014년 판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신민아는 최진실이 연기한 미영 역을 맡아 깜찍하면서 사랑스러운 새신부로 변했다.

이 영화에서 신민아는 그간 자신이 지녔던 '여신' 이미지를 완전히 지운다. 새신랑 영민(조정석)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집들이에서 음 이탈로 망신을 당하며, 짜장면 그릇에 얼굴을 묻는다. 그런데 이렇게 망가진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다. 신혼부부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 속에 그녀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더 깊은 사랑을, 외로운 솔로들에게는 사랑의 용기를 주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마치 사랑의 미약을 뿌릴 것 같은 신민아와 가을의 길목에서 데이트했다.


-지금 계절에 딱 맞는 데이트 무비다. 영화를 보고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은 걱정을 많이 했다. 조정석 씨와 부부 역할이 잘 어울릴까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사랑스러운 커플이라고 말해주셔서 안심이 됐다.

-현장에서 조정석 씨와 무척 친하게 지냈다고 들었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 역이라 더 친하지 않았을까 싶다.

▶말씀대로 신혼부부라 배우들끼리 불편한 마음이 있으면 곤란하지 않겠나. 조정석 씨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배려한다. 결혼해서도 아내를 따뜻하게 해줄 것 같다.

-영화 초반 신혼생활 에피소드 중 시도 때도 없이 조정석 씨가 바지를 벗는다. 신민아 씨가 아이디어를 낸 장면으로 알고 있다.

▶신혼 때는 눈만 마주치면 밥상 앞에서도 그런다더라. 반복적으로 여러 장소의 모습을 이어붙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이야기했다.

-원작에서 미영 역은 당시 가장 사랑스러운 배우, 고 최진실 씨가 연기했다. 그래서 부담스러웠을 텐데….

▶처음 나에게 시나리오가 왔을 때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리메이크 작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읽다가 어떤 장면들이 원작을 떠올리게 해서 알았다. 최진실 선배님은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원작의 연기를 참고한다거나 따라 한다거나 하는 개념은 벗어나야 했다. 나는 2014년의 미영을 연기해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임찬상 감독님과 조정석 씨도 원작의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고민을 했고,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냈다.

-영화는 신혼 시절에 겪을 수 있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첫사랑' 이야기가 좋다. 이전에는 영민이를 화자로 영화가 진행되는데, '첫사랑'은 미영의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좋았다. 결혼 생활 중 문득 생각나는 첫사랑을 여성 관객이 공감할 것 같다.

-결혼하진 않았지만, 신혼부부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고스톱도 치고, 야식도 먹고, 야구 중계도 보는 등 일상을 같이 하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할 것 같다.

-지난 영화 '경주'가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됐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해운대 비프빌리지에서 야외 무대인사를 가졌다. BIFF 참가 소감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부산을 워낙 좋아한다. 그래서 부산에서 화보나 영화 촬영이 있으면 신 난다. BIFF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영화제라 배우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그 안에서 많은 팬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배우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 신민아가 말하는 멋진 원작 패러디

- 짜장면 장면에 그릇 돌리기 추가

2014년 판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원작의 몇 장면을 그대로 가져와 새로움을 더했다. 특히 신혼부부에게 찾아오는 첫 번째 시련이라 할 집들이 노래 장면과 남편 영민이 질투심에 눈이 멀어 짜장면을 먹고 있는 미영을 그릇에 처박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집들이 장면

원작에서는 영민의 직장 동료들이 집들이를 오지만, 이번엔 친구들이 들이닥친다. 급기야 새댁의 노래를 청한다. 원작에선 고 최진실이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를 부르다 음 이탈 실수를 한다. 신민아가 부른 노래는 태연의 '만약에'다. 신민아는 "임찬상 감독님은 반복해서 찍으면 음 이탈이 더 자연스럽게 날 것 같아 NG를 계속 외쳤는데, 촬영이 반복될수록 목이 트여 음 이탈을 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일부러 못 부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다"고 말했다.

◇짜장면 그릇에 처박히는 장면

질투심이 부른 대참사 장면이다. 원작에서는 영민이 퇴사한 회사의 상사를 만나 뜻밖의 부고에 눈물을 흘리는 미영을 보고 옛 애인을 만난 것이라고 오해해 질투하고, 2014년 버전에서는 자신보다 잘난 미영의 직장 후배를 보고 질투심에 불탄다. 질투심은 결국 짜장면을 먹고 있는 미영의 머리를 눌러 그릇에 박아버린다. 2014년 버전에서는 머리를 드는 미영을 재차 처박고, 심지어 머리를 박은 채로 그릇을 돌린다(사진). 웃음도 나지만 신민아의 얼굴이 그만큼 작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란다. 신민아는 "제일 나중에 찍었다. 그릇을 돌리는 것은 조정석 씨가 아이디어를 내서 찍었다. '너무 잔인한 것 아니야'라며 눈을 흘기기도 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