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 '심청전' 재해석… 본능 충실한 교수로 분해
- 근성 있는 신인배우 이솜 다독이며 베드신 촬영
- 차기작은 제작·출연 겸해… 장편시나리오 작업도
정우성의 눈빛이 달라졌다. 1990년대 청춘스타로 출발해 2000년대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했던 그가 영화 '마담 뺑덕'에서 욕망에 눈이 먼 학규를 연기하며 야하고 독해진 눈빛을 발산한다.
지난 2일 개봉한 '마담 뺑덕'은 효의 미덕을 칭송한 고전 '심청전'을 욕망의 텍스트로 재해석한 영화다. 학규와 덕이(이솜)를 중심으로 한 치정 멜로는 8년의 시간을 두고 사랑과 욕망의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또한 '마담 뺑덕'에서 정우성은 욕망의 멜로를 그린 영화답게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멋진 몸으로 여심을 사로잡는다. 파격적인 러브 신은 욕망에 집착하는 학규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그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은 정우성. 그는 지금도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우리 시대 청춘의 아이콘이다.
-최근 '감시자들' '신의 한 수'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영화와 연기에 관한 맛을 되찾은 느낌이다.
▶지난 작품들을 통해 얻었던 것을 이젠 풀어헤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 학규라는 캐릭터는 그런 것을 응집해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학규는 여성 편력이 심하고, 술, 담배, 도박 등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이해하는가.
▶학규는 자기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게 만족됐을 때 아내나 자식을 챙기는 인물이다. 자기가 느끼고 싶어하는 자극을 즐긴다. 그것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그런 학규를 이해하지만 좋거나 동의하지는 않는다.
-학규는 점점 시력을 잃어간다. 시력이 변함에 따라 다른 눈연기가 힘들었겠다.
▶촬영하기 전에 시력이 안 좋아짐에 따라 변해가는 눈동자의 위치를 정했다. 시력이 나빠지는 초반에는 정상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나 뿌연 느낌을 주고, 아주 나빠지면서는 고개를 젖히면서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게 했다.
-정말 오랜만에 베드 신을 촬영했다. 과거 '모텔 선인장'(1997) 이후 가장 파격적인 베드 신이다. 모든 배우가 그렇듯 베드 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텐데….
▶임필성 감독과 나는 베드 신이 학규의 감정을 관통할 수 있도록 자유롭고 과감하게 표현하자고 했다. 덕이와의 베드 신은 비주얼적 미학을 던지고 관객이 '진짜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중반에 대학교 조교와의 베드 신은 몰락의 몸짓이다. 그때는 학규의 위태로움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더 치열하게 던져버리고 싶은 감정이 담겨 있다.
-덕이 역을 연기한 이솜 씨는 신인배우답지 않게 청순한 모습과 복수심에 불타는 모습을 잘 표현했다. 무엇보다 베드 신 장면에서 이솜 씨에게 많은 도움을 줬을 것 같다.
▶이솜 씨에게 덕이의 풋풋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베드 신 촬영 때는 쉬는 시간에 세트 앞마당을 같이 돌며 "편하게 숨 쉬어"라며 다독여 주기도 했다. 힘든 촬영이라 안쓰럽기도 했는데, 열심히 하려는 그 근성이 예뻤다. 그래서 덕이 연기를 잘 할 수 있도록 받쳐주고 싶었다.
-차기작이 김하늘 씨와 촬영한 멜로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다. 이 영화는 제작도 겸했다. 또 직접 연출한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지난 8월 말에 촬영을 마쳤다. 같은 상처를 지닌 남녀가 이를 이겨내는 두 가지 방식을 다룬 영화인데, 괜찮은 멜로다. 현재 쓰고 있는 장편 시나리오도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다. 중국 촬영 때 황무지 벌판에서 본 일출이나 일몰의 아름다움과 지평선이 보이는 길을 차를 타고 달릴 때의 감성을 이야기 속에 구체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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