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강한 여성 그린 '센' 영화지만 편안히 즐길 수 있어
- 내년이면 데뷔 30년… 이번 작품은 새로운 시작
- 역할 위해 강남 텐프로 업소 직접 둘러보기도
- 액션·코미디 연기 도전 좋아 언제라도 환영

오랜만에 여배우의 강한 카리스마를 맛볼 영화가 찾아온다. 신은경이 '두 여자' 이후 4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영화 '설계'는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집안이 망하게 된 한 소녀가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 사채업자로 성공해 복수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신은경은 집안의 몰락으로 화류계에서 시작해 사채업자가 되는 세희 역을 맡아 여왕벌 같은 톡 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신은경은 '설계'에 관해 "통쾌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과연 복수가 이 여자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가를 묻는 영화"라며 "'자신만을 믿는 여자' 세희의 삶은 복수 이후에도 외롭고 쓸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이면 데뷔 30년을 맞이하는 신은경은 연기 경력에 어울리는 다양하고 풍부한 연기력으로 영화 전체를 이끈다. 음모와 배신, 그리고 복수의 드라마 '설계' 개봉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17년 전 임권택 감독의 '창'으로 만났던 것이 엊그제 같다.

▶올해 만으로 마흔이다. 마흔을 '유혹에 미혹되지 않는다'고 해서 불혹이라고 하는데, 그 말의 뜻을 이제 알겠다. 일이나 내 생활에서 흔들림 없이 밸런스를 맞춰가려고 한다.

-'두 여자' 이후 4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그간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꾸준히 연기했지만 영화가 하고 싶었겠다.

▶영화는 장르나 소재에 개의치 않고 출연하고 싶었다. 여러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았으나 제작 여건이 안 되면서 출연하지 못한 것이 많아 아쉬웠다. (※신은경은 다음 달 시작하는 tvN의 새로운 드라마 '가족의 비밀'에 출연한다.)

-'설계'에서는 순수했던 세희가 복수의 칼을 갈고 화류계를 전전하다가 사채업자로 성장한다. 근래에 충무로에서 볼 수 없었던 강한 여성이 등장하는 시나리오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 관객 입장에서 전체의 느낌을 생각했다. 생각할 여지가 많거나 여운이 긴 것도 좋은 작품이지만, 가볍게 삶의 무게를 비울 수 있는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계'는 극장에 와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번 역할을 위해 소위 강남 텐프로가 나오는 업소를 직접 가봤다고 들었다. 어떤 느낌이었나. 예전에 '창'의 촬영을 앞두고도 서울의 한 집창촌을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느낌이나 비주얼적인 부분을 준비하려고 실제로 가봤다. 특별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미모가 좀 돋보일 뿐 평범한 분들이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오랜만에 여왕벌 같은 신은경 씨의 카리스마를 볼 수 있었다. '종합병원'의 톰보이 인턴이 이제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됐다.

▶내년이면 연기한 지 30년이 된다. 영화는 중3 때 '구로아리랑'(1989)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나 드라마를 무수히 많이 했는데 최근작까지도 슬레이트의 '탁' 소리가 그렇게 힘들었다. 감정이 탁 깨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야 처음으로 슬레이트 소리를 못 들었다. 그전에는 신은경을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 먼저 생각하는 바람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신경 안 쓰고 내 안에 담긴 생각을 세희에 반영했다. 어느 순간 연기에 집중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결과를 떠나 '신은경 연기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폭마누라'는 지금도 액션 영화의 대명사다. 다시 액션을 하고 싶지 않은가.

▶액션을 정말 하고 싶다. 언제라도 와이어를 탈 수 있다. 피 자체가 장르 영화 쪽인 것 같다. 내 자신은 장난기가 있고 유니크한 것을 좋아한다. 슬랩스틱이라도 좋으니 움직임과 웃을 수 있는 시도가 좋다.


# 음모와 배신…비 퍼붓는 산속에서 극한 대립

■ 주연 배우들이 꼽은 '설계'의 명장면

'설계'는 냉혹한 사채업계에서 성장해가는 세희(신은경)와 그 주변 인물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린다. 세희 역의 신은경, 밑바닥 인생을 살다가 세희의 도움으로 사채업에 뛰어들어 복수에 가담하는 민영 역의 오인혜, 세희 곁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야망을 품고 있는 용훈 역의 강지섭 등이 '설계'를 이끄는 배우들이다. 이들 세 배우가 꼽은 명장면이 공교롭게도 모두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산속 장면이었다. 반전이 거듭되는 가운데 민영의 배신으로 세희가 산속으로 끌려와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장면이다.

신은경은 "민영의 배신으로 산속 장면을 찍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워낙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청테이프를 온몸에 두르고 있어서 꼼짝할 수 없었다.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신발을 벗고 있어서 추웠다"며 "하지만 우리는 거침없이 촬영을 이어갔다. 어려움이 닥치면 닥치는 대로 해 나갔기 때문에 난관이 될 수 없었다. 우리는 천하무적이었다"고 프로 근성을 내비쳤다.

오인혜는 "신은경 선배님과 산속에서 대립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희에게 복종하던 민영이가 어느 순간 치밀한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데, 그때 돌변하는 민영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민영의 또 다른 모습에 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강지섭은 "마지막에 과묵했던 용훈이 길게 대사하는 장면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