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송재욱 씨의 저고리와 아내 김은영 씨의 치마를 오렌지색으로 맞춰 패밀리룩 느낌을 냈다. 아들 은찬 군은 복건을 쓰고 배자를 입어 귀여운 도련님이 됐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수확의 풍성함을 나누는 추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명절이면 멀리 사시는 부모님을 뵈러 대장정을 떠나시는 분도 많으시겠지요. 차에 장시간 계셔야 하는 분들은 편한 옷을 찾아 입기 마련입니다. 그게 실용적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다니는 가족의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결혼할 때 한 번 맞춰 입은 뒤 옷장에 그냥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한복은 그렇게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예쁜 옷이라 참 아깝습니다.

요즘은 '패밀리룩'이라고 해서 가족끼리 비슷한 느낌으로 옷을 맞춰입기도 합니다. 나들이 때 비슷한 색상의 티 셔츠를 입고 가거나 색상을 같은 톤으로 맞추는 거지요. 그렇다고 똑같은 옷을 입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촌스러워 보이거든요. 한복도 그렇게 입어볼 수 없을까 고민을 해봤습니다.

김현숙한복연구소 홍단의 김현숙 원장은 "한복도 같은 콘셉트로 비슷한 색을 활용하면 된다"고 가르쳐 줬습니다. 남편, 아내, 아이로 구성된 한 가족이라면 남편의 저고리 색깔과 아내의 치마 색깔을 같은 톤으로 맞추는 겁니다. 아이에게는 색동이 가장 잘 어울린다네요. 색동은 어릴 때만 입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요즘엔 어른들도 포인트로 색동을 활용한다"고 알려줬습니다.

아내 김은영, 아들 송은찬, 남편 송재욱 씨가 누비 배자와 목도리를 착용해 겨울 느낌이 나는 패밀리 룩을 연출했다. 배자만 입었는데도 완전히 다른 옷처럼 느껴진다.

그럴려면 기존 한복을 두고 새로 사야 하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걱정을 했습니다. 이에 김 원장은 "그러면 배자만 같은 톤으로 맞춰 각자 하나씩 장만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대여 또한 가능하니 부담도 줄어들 수 있지요. 배자는 남녀 모두 입는 것으로, 한복 위에 덧입는 조끼입니다. 겨울용 배자는 솜을 넣고 누빈 뒤 털을 달아 입으면 보온과 맵시를 한 번에 챙길 수 있습니다. 거기다 가벼운 목도리까지 챙기면 완전한 겨울 외출복이 되지요.

김 원장은 한복을 보다 많이 입어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한복의 아름다움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지요. 단지 특별한 날에만 입는다는 편견을 버리고 여러 곳에서 한복을 입어줬으면 해요". 지난달에는 한복을 입고 요트에서 간단한 파티를 하기도 했다네요. "요트 위에 서 있으면 바람이 세게 불잖아요. 머리카락이 날리는 대신 한복 치맛자락이 바닷바람에 펄럭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김 원장은 우리 옷을 좀 더 편안하게 대하고 자주 접했으면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취재 당일에는 어린이 한복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유치원 행사가 있는데 한 여자아이가 사회자 역할을 맡은 모양이었습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은 성장기에 있으니 한복을 맞춰 놓기가 아깝다고 하는데, 이는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한 번 맞추면 5년은 너끈히 입을 수 있다. 소매나 치마단을 접어서 입히다가 자라면 풀어서 입고, 짧아지면 소매 끝과 치마만 덧대면 얼마든지 입는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자주 접하게 해야 자라서도 좋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추석 때는 옷장 속 한복을 한 번 꺼내서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마음만 조금 달리 먹으면 옷차림부터 명절 분위기를 낼 수도 있을테니 말입니다.


- 남편 저고리와 아내 치마, 색상·톤 비슷하게
- 겨울에는 배자·목도리만 맞춰입어도 훌륭

- 얼룩지거나 낡아 오래된 한복치마
- 자수로 포인트 주면 평상복 원피스로

- 라인살리는 속치마, 두루마기는 필수
- 한복용 신발·버선은 고집안해도 괜찮아

명절에는 친척집 나들이가 필수적이다. 이럴 때 가족끼리 비슷한 콘셉트로 한복을 맞춰 입는다면 누구보다 주목받고 칭찬받을 수 있다.

■비슷한 색상 다양한 한복 소품

오래된 한복 치마를 리폼해 만든 원피스를 입고 가락지와 노리개를 착용한 모습. 전통 한복은 아니지만 한복의 느낌이 잘 살아있다.

한가족이란 느낌을 살리려면 비슷한 색상을 활용한 한복을 입으면 된다. 남편의 저고리 색상과 아내의 치마 색상을 맞추면 쉽다. 남편 송재욱(38·남구 대연동) 씨의 저고리는 오렌지색이고 아내 김은영(38) 씨의 치마도 비슷한 색이다. 그러면 두 사람의 저고리 색상까지 같을 필요는 없다. 똑같지 않아도 비슷한 톤으로 한 사람은 진하게, 한 사람은 연하게 입으면 된다. 아이까지 맞추지 않아도 좋다.

아니면 두 사람 모두 배자를 챙겨입는 것도 다른 패밀리룩을 연출하는 방법이다. 아내 김은영 씨가 밍크털이 트리밍된 누비 배자를 입고 토시를 끼자 완연한 겨울 느낌이 났다. 한복의 토시 끝에도 털을 트리밍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살렸다. 고급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코디였다.

은영 씨는 "그동안 추석에는 한복을 잘 입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챙겨서 입으니 즐거운 마음이 저절로 든다"며 만족해 했다. 그러면서 "설 명절에는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해야 하고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어서 한복을 꼭 챙겨 입는다. 앞으로는 추석에도 온 식구가 한복을 입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며 즐거워 했다.

한복을 입을 때는 한복천으로 만든 클러치를 드는 것이 더 잘 어울린다.

가락지와 노리개도 훌륭한 액세서리다. 한복에 착용하는 가락지는 볼륨감이 있는 것이 잘 어울린다. 소재는 옥이나 은 등이 주로 나와 있다. 노리개는 삼작 노리개를 추천한다. 매듭만으로 만들어진 노리개 또한 저고리 말기에 달린 끈에 끼워 착용하면 떨어질 염려가 없다. 요즘엔 한복 치마말기에 노리개를 끼울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두기도 한다.

남편 송재욱 씨는 "같은 옷 위에 배자만 바꿔 입었는데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두루마기는 길어서 조금 불편하기도 하지만, 배자는 길이가 길지 않고 활동도 편해 덧입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재욱 씨 곁에 있던 아들 은찬(4) 군은 "은찬이 이렇게 입고 어디가요? 바닷가 놀러가요?"라며 애교를 부렸다. 남자 아이들에게는 복건이 훌륭한 액세서리다. 복건은 미혼 남성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모자다. 이를 쓰면 한복 옷차림이 완성된 느낌을 줄 수 있다. TV 사극에서 도련님들이 쓰는 모자가 복건으로, 색이 검고 금박이 박혀있기도 하다. 은찬이도 색동 한복 위에 배자를 덧입어 예의와 멋을 다 갖췄다.

■오래됐다고 버리지 마세요

입지 않는 한복 치마를 잘라 슬리브리스 원피스로 리폼했다. 가슴쪽에 꽃수를 놓아 포인트를 주었다. 원피스 위에는 볼레로를 덧입으면 우아하면서도 멋스럽다.

옷장 속에 든 한복을 입지 않는다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 특히 한복치마는 천이 크고 폭도 넓어서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가장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치마를 활용해 원피스로 만드는 것이다. 치마를 입고 섰을 때 허리 정도까지 오는 곳을 가위로 잘라낸다. 치마 말기와 어깨끈이 달려있는 부분이 원피스의 상단 부분이 된다. 아래쪽은 허리부터 아래 부분이 된다.

치마가 오래돼 낡은 부분이 있거나 얼룩이 있어도 괜찮다. 그럴 때는 자수를 놓아 그 부분을 가려준다. 그러면 오히려 밋밋한 원단에다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피스는 아래에서 위로 쑥 입으면 편하지만 한복이라는 느낌을 살리면서 평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하체의 굴곡이 잘 드러나지 않고 치마단이 풍성해 활동하기도 편하다. 민소매 원피스로 바뀐 한복 위에는 보통 상의보다 길이가 짧은 볼레로가 더 잘 어울린다.

■한복 입을 때 이것만은

여성의 경우 어깨로 늘어뜨리는 머리는 한복과 어울리지 않는다. 미용실에 가서 손질을 하지 않더라도 살짝 틀어올리거나 묶는 것이 좋다. 가장 피해야 할 액세서리는 목걸이. 한복의 동정과 깃이 만들어주는 간결하고 아름다운 선을 목걸이가 망치게 된다. 귀걸이도 늘어지는 것보다는 귀에 딱 붙는 것으로 하는 것이 훨씬 잘 어울린다.

화장은 평소와 달리 피부 표현에만 공을 들이기를 권한다. 좀 더 '뽀사시한' 느낌이 살 수 있도록 한다. 약간의 펄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대신에 윤곽을 너무 살리는 서구적인 화장보다 깨끗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메이크업이 낫다. 입술은 꼭 진하게 바를 필요는 없다. 한복이 워낙 화사해 입술을 튀는 색깔로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입술은 자연스러운 촉촉함과 건강함만 주는 것이 더 예뻐 보인다.

여성은 다른 건 몰라도 속치마는 꼭 입도록 한다. 한복의 맵시는 풍성한 치맛자락과 치맛단에 있으므로 속치마를 입는 것이 좋다. 보다 풍성한 라인을 원한다면 속치마 안의 풀먹인 레이스 부분을 거꾸로 들어 비벼주거나 힘있게 펼쳐주면 된다.

남성은 어르신에게 인사를 올리거나 제사에 참석할 때 반드시 두루마기를 입어야 한다. 예의를 차려야 할 자리라면 두루마기 착용이 필수다. 만일 남성이 저고리와 바지만 입는다면 속옷만 입은 것처럼 생각하면 된다. 반드시 저고리 위에 배자(조끼)를 입거나 두루마기를 입어야 문밖 출입을 할 수 있다. 텔레비전의 사극을 보면 양반이 아닌 평민이나 낮은 신분의 사람들은 두루마기를 입지 않고 저고리와 바지 차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양반들은 방 밖을 나설 때 항상 갓을 쓰고 두루마기 차림인 것을 볼 수 있다.

목도리는 여성이나 남성 모두 실내에서는 벗는 것이 예의다. 목도리는 방한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실내에서는 벗어서 자신의 곁에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복을 입을 때 또다른 고민거리는 신발과 버선이다. 특히 여성에게 옛날 버선은 신축성이 없고 발을 옥죄기 때문에 신고 있으면 무척 불편했다. 하지만 요즘은 신축성이 있는 천으로 만든 버선이 다양하다. 그것도 불편하다면 흰양말을 신어도 무리가 없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한복용 신발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 신는 가죽구두를 신어도 무방하다. 예의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다.


글=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사진=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