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 다이버들이 하강줄을 잡고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조류가 강한 바다에서는 다이빙을 포기해야하지만 인명구조, 작업 등 피치 못할 경우 하강줄을 이용해 목표 지점으로 내려가곤 한다.

영화 '명량'이 연일 화제다. 역대 흥행 1위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1500만 관객을 돌파하더니 이제 1800만 관객 동원을 향하고 있다. 영화는 정유재란 중이던 1597년 9월 16일 '명량대첩'이 배경이다. 다대포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한 조선 수군에게는 12척의 배만 남았다. 다급해진 선조임금은 백의종군하던 이순신을 다시 3도 수군통제사에 임명했다. 일본은 남해를 장악한 후 한양으로 가는 서해 뱃길을 열고자 명량해협으로 들어섰는데, 이순신 장군은 1척을 추가한 13척을 이끌고 133척이나 되는 일본 수군의 길목을 막았다. 일본의 야욕을 좌절시키고 세계 해전사에 기록된 명량해전 승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1500만 관중을 돌파, 1800만 관중 동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 중구 남포동 대영시네마에서 시민들이 영화티켓을 사기위해 줄지어 서있다.

바닷물은 달과 태양의 인력과 지구 자전에 의해 주기적으로 상승하고 하강한다. 이를 조석(潮汐)현상이라 한다. 조석현상은 12시간25분의 주기로 대략 하루에 두 번씩의 만조와 간조가 생긴다. 조석에 의해 물이 들거나 나면서 그 물의 높이 차이만큼이 흐름으로 변하는데 이것이 조류이다. 명량해협은 가장 좁은 부분의 너비가 293m에 불과해 조류의 흐름이 굉장히 빠른 곳으로 물살의 속도가 시속 24㎞에 이른다. 조류의 들고 남에 대한 정보 없이 해협 안으로 들어온 일본 수군은 조류의 흐름을 꿰고 있었던 이순신 장군의 전략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스쿠버다이빙 도중에 거세게 흘러가는 조류를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물론 조류의 방향과 속도를 염두에 두고 수중활동을 계획하지만 배에서 바다로 뛰어들자마자 수 백m나 흘러가기도 한다. 특히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스쿠버 다이버가 강한 조류에 떠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핀킥을 하고 있다.

때는 1999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폭격으로 서해 고군산군도 해역에 침몰한 일본 선박을 찾아나섰다. 강한 조류를 고려해 100㎏이 넘는 납덩어리를 로프에 매달아 바다에 던진 후 로프를 잡고 목표지점으로 내려가는데, 얼마나 조류가 거센지 로프를 움켜잡고 있던 손에 경련이 생겼다. 로프를 놓치면 그대로 떠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자 뒤를 따라 내려오던 동료 잠수사가 더 이상 버티지 못했는지 로프를 놓쳐버렸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동료 걱정에 참담한 심정이었다. 떠내려갔던 잠수사는 조류의 흐름을 타고 뱃길을 잡은 선장의 경험 덕분에 1시간여 만에 구조될 수 있었다.

	명량해협은 전남 해남군 화원반도와 진도 사이에 있는 해협이다. 젊은 사나이가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빠르게 흐르는 조류의 소리가 크다 하여 울돌목이라고도 불린다. 해협의 조류는 시속 20km가 넘는다. 현재는 1984년 10월에 완공된 진도대교가 해협을 가로 지르고 있다. 진도대교는 강한 조류 때문에 물속에 교각을 세우기 힘들어, 양쪽 해안에 교각을 세운 다음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하는 사장교 형식으로 설계되었다.

바닷물의 흐름인 조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도 있지만 사람의 활동에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매주 바다를 찾는 기자이지만 매일 퇴근할 때면 달을 본다. 하늘에 반달이 걸쳐져 있으면 다음날 바다로 향하는 꿈을 꾼다. 바다는 보름달과 그믐달 전후에 조류가 가장 강하고, 상현과 하현인 반달 때 조류가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명량대첩이 있었던 날도 조류가 강한 음력 16일이었다. 이순신 장군도 매일 밤 달을 보며 다음날 바다 상황을 예측하고 작전을 구상하지 않았을까. 장군의 '난중일기'에 등장하는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를 다시 읽으며 불현듯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