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환자 모임서 시작된 두 남녀의 로맨스
- 시간의 유한성에 더 애틋하고 아름다워

벌써 입추가 지났다. 이르긴 하지만 초가을 정취를 느낄 달콤쌉싸름한 로맨스 영화 한 편이 극장가를 찾는다. 존 그린의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원작으로 한 '안녕, 헤이즐'은 특별한 상황에 놓인 남녀의 사랑이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주는 로맨스 영화다.

폐암으로 산소통 호흡기를 차고 있는 헤이즐(쉐일린 우들리)은 암환자 모임에서 어거스터스(안셀 엘고트)를 만난다. 어거스터스는 암으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긍정적이고 재치 있는 모습으로 헤이즐을 두근거리게 한다. 두 사람은 소설을 나눠 읽으며 가까워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는 것이 소원인 헤이즐을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여행을 간다. 투병 중인 두 사람의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진행될까?

'안녕, 헤이즐'은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남녀의 두근거림을 싱그럽게 그리고 있다. 자신을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하는 헤이즐에게 어거스터스는 순정적인 사랑을 선사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한다. 암은 두 사람의 사랑을 더욱 소중하고 애틋하게 만든다.

순수하게 빛나는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시간의 유한성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암스테르담의 고풍스러운 거리를 거닐고, 멋진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이 달콤하게 다가오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진다. 계단 많은 안네의 집을 힘들게 올라온 헤이즐과 어거스터스가 첫 키스를 나눌 때 영화 속 주변 사람들처럼 박수를 쳐주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후반부에 두 사람이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모습을 절망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로 그리는 점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스턱 인 러브'에서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로맨스를 선사했던 조쉬 분 감독은 이번에 특별한 상황에 놓인 남녀의 순수한 힐링 로맨스를 멋지게 연출했다. '다이버전트'에서 여전사 역할을 맡아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 쉐일린 우들리는 이번에 전혀 다른 연기로 자신이 왜 '제2의 제니퍼 로렌스'라는 말을 듣는지 증명한다.

지난 6월 초 미국과 유럽에서 개봉한 '안녕, 헤이즐'은 블록버스터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오르며 세계적으로 흥행 신드롬을 일으켰다. 사랑의 온기를 안고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이 순수한 사랑 이야기가 왜 그렇게 인기였는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개봉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