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기자 wylee@kookje.co.kr

- 열정적 광고기획자로 변신…이상윤과 로맨스
- 대사 외우기보다 와인여행 느낌 살리려 노력
- "점점 자연스러운 연기할 수 있어 촬영장 편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에서 신비로운 매력을 선보이며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윤진서가 일상의 연기로 관객에게 손짓하고 있다.

윤진서는 최근 개봉한 '그녀를 부른다' '경주'에서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여성 캐릭터를 리얼하게 연기해 다시 주목받았다. 그리고 지난 16일 개봉한 '산타바바라'에서도 일과 사랑에 모두 열정적인 광고기획자로 출연해 사랑스러운 커리어우먼 모습을 보여줬다.

'산타바바라'는 사랑보다 일이 더 중요한 완벽주의 차도녀 광고기획자 수경(윤진서)과 낭만주의 음악감독 정우(이상윤)와의 가슴 설레는 만남을 그렸다. 두 사람은 함께 광고 일을 하며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와인과 음악이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진다. 특히 광고 프로젝트 때문에 찾은 미국 산타바바라에선 와이너리를 함께 돌며 사랑을 키운다.

'산타바바라'의 개봉을 앞두고 "다시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윤진서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요즘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 윤진서 씨의 일상 연기가 정점에 달한 느낌이다. '윤진서의 새로운 발견'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원했던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있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어선지 촬영 현장도 편안하다.

-특히 일상의 멜로 연기가 도드라진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산타바바라'는 대사를 외우기보다 와인과 여행을 좋아하는 그 느낌을 살렸다. 물론 광고기획자 역이기 때문에 일적인 부분은 외워야 했지만 말이다. 조성규 감독님은 "영화 속 인물이 실제 너와 비슷하다"며 인물의 이름을 내 본명인 '수경'으로 바꿨다. 그래서인지 수경 역이 낯설지 않았다.

-'산타바바라'에는 재미있는 연애 감정들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술자리 계산을 여자가 알아서 해주는 것을 남자들이 무척 좋아한다. 또 여자로부터 "내가 왜 좋아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남자들은 멍해진다.

▶남자들이 계산하는 여자를 좋아하는지 이번에 알았다. "내가 왜 좋아요?"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시작하는 단계에선 사귀어도 되는지 확인하는 것이고, 한창 사귀는 단계라면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남자들에게 팁을 주자면 이때 다른 사람과의 차별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걸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플레이보이 기질이 있는 것 같다. (웃음)

-술자리에서 정우가 수경에게 계속 술을 권하다가 먼저 필름이 끊긴다. 남자들이 술을 권하는 '늑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나.

▶지금은 안다. (웃음) 그 장면을 탐라식당에서 찍으면서 실제 제주 술인 한라산을 마셨다. 다음날 촬영이 없어서 진짜 술을 마셨다. 두 시간 만에 세 병을 마셨다. 애드리브도 많고 대사가 틀리기도 했는데, 엔딩 크레딧에 이 장면이 나온다.

-이상윤 씨와의 호흡도 좋았다. 잘 어울리더라.

▶내숭 없고 허세도 없는 진실한 배우인 것 같다. 특히 맛집을 잘 알고 있다. 조 감독님도 맛집에 일가견이 있는데, 두 사람이 촬영 내내 무엇을 먹을까를 두고 입씨름을 했다.

-수경과 정우는 일 때문에 미국에 간다. 특히 산타바바라의 와이너리 투어 장면이 부러웠다.

▶투어까지는 아니고 몇 군데 들렀다. 포도밭을 보고 오크통을 보고 마시니까 와인이 더 신선한 것 같았다.

-와인과 사랑의 공통점이라면 무엇일까.

▶다양한 맛과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이 있지만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아야 한다. 사랑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


# 산타바바라'와 와인

- 사랑의 묘약 역할… 스페인산 등 5종류 선봬

'산타바바라'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의 묘약이 와인이다. 두 사람이 마시는 와인은 모두 다섯 종류다.

낭만주의 음악감독 정우(이상윤)와 완벽주의 광고기획자 수경(윤진서)은 우연히 둘 만의 술자리를 가진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두 사람은 와인과 음악 그리고 산타바바라를 향한 공통된 로망으로 의기투합한다.

이날 두 사람이 마신 와인은 100%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들어진 스페인 와인 토레스의 '마스 라 플라나 2007'이다. 실크와 같이 부드러운 탄닌과 풍부하고 감각적인 맛으로 1979년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1위를 차지하며 유럽에서는 '검은 전설'로 불린다.

정우와 수경이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처음 맛보는 와인은 '오 봉 클리마'다. 산타바바라 피노 누아 와인의 아버지로 꼽히며 '죽기 전에 꼭 마셔 봐야 할 와인 1001'에 선정됐다.

두 사람은 영화 '사이드웨이'에 등장한 산타바바라의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첫 번째로 방문한 카일라 와이너리에서는 한여름의 더위를 한 방에 날려주는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이어 '사이드웨이'에 등장하는 레스토랑 '히칭포스트'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즐겨 마시던 '하이라이너 피노 누아 2010'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산타바바라의 와이너리 중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파이어스톤 와이너리'로, 정우와 수경은 레드와인인 '리니지 2009'를 함께 마시며 오크통을 배경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