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100여 개에 달하는 박물관이 다양한 주제와 테마를 가지고 운영되고 있다. 다음 달 초 문을 열 예정인 라이트리움 내 전시장인 '한락궁이와 서천꽃밭'의 모습. 유리공예와 조명, 광섬유를 이용해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조명, 각종 캐릭터, 자동차, 성(性), 조가비…. 이게 뭐냐고요? 바로 박물관 종류입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분야만 말해보세요. 뭐든 다 있을 테니까요.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제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원래 볼 것 많은 제주도인데 거기다 박물관까지 더해져 박물관 종류가 줄잡아 1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제주도 내 박물관은 제주국립박물관 등 공공박물관은 물론 자동차나 해녀, 조가비 등 각종 사설 박물관까지 존재합니다. 진지하게 고고학적 자료, 역사적 유물, 예술품 등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나 반대로 관광지에 맞게 가볍고 재미있는 주제를 접하고 싶은 사람 모두를 만족스럽게 합니다.

박물관의 내용 또한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합니다. 그렇다고 한 가지 주제에만 머물러 있지도 않습니다. 전통과 현대 예술품을 새롭게 재해석하기도 하고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체험'이나 '탐험'이라는 요소를 첨가해 새로운 체험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제주도가 '박물관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최근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늘면서 새 박물관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습니다. 2010년 5곳이 개관했으며 2011년 4곳, 2012년 9곳, 지난해 3곳이 개관했습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독특한 생활문화라는 매력을 가진 제주도에 또 다른 관광지가 더해진 것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허브나 유리공예, 식목원 등 유명한 박물관들은 이미 관광객들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헬로키티아일랜드

하지만 박물관 수가 급증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유사한 테마를 가진 박물관도 늘고 있습니다. 성(性) 관련 박물관은 3곳, 테디베어 관련 박물관 3곳, 착시현상을 이용한 '트릭아트' 관련 박물관은 7곳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우후죽순으로 박물관이 생겨나다보니 전시품 몇 개 두거나 조잡한 시설을 마련해놓고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에만 사설박물관 2곳이 문을 닫았고 경영 악화로 문 닫을 상황에 부닥친 곳도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이처럼 어두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두고 고개를 돌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주도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특히 하루에도 날씨 변덕이 여러 번인 제주도에서 박물관은 비바람을 피하며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박물관 중에서 전시품이나 시설 수준이 조악하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는 '이색 박물관'을 골랐습니다. 제주관광공사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선정했습니다. 전시품이 우수하지만 다른 지역에 있거나 겹치는 박물관은 제외했습니다. 자, 이제 박물관의 천국으로 가보실까요?


제주도에는 100여개에 달하는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 눈에 띄는 박물관 4곳을 골랐다. 빛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담은 제주도 최초 주·야간 관광시설인 '라이트리움'을 비롯해 어린이뿐 아니라 20·30대 여성들의 '관광성지'로 떠오른 '헬로키티 아일랜드', 조개껍데기의 우아하고 신비로운 예술품을 모아놓은 '세계조가비박물관', 얼음세상을 축소해놓은 '아이스뮤지엄'을 소개한다.


◆라이트리움

- 제주 서귀포시 토평남로 48번길 53
- 내달 초 정식 개장 앞둔 복합문화공간
- 제주 탄생설화, 빛·조명·IT기술로 구현

	내달 초 개관할 예정인 라이트리움은 이름 그대로 빛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최첨단 관광시설이다. 저녁마다 본관 건물 벽면에 최신 LED 조명과 디지털 프로젝터, 3D·4D 영상을 이용해 만든 '미디어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라이트리움 제공

다음달 초 정식 개장 예정인 '라이트리움'(제주 서귀포시 토평남로 48번길 53)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빛과 조명에 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탄생 설화가 각종 첨단 IT 융합기술과 만난 '컬쳐테인먼트' 공간이자 조명과 빛의 가치를 새롭게 만든 새로운 형태의 관광지다.

제주도 탄생설화는 아주 먼 옛날, 옥황상제의 딸이었던 설문대 할망이 하늘나라 생활에 싫증을 느끼고 하늘과 땅을 둘로 갈랐다. 할망은 하늘나라로 올라가면서 그 표시로 치마에 흙을 한 주먹 담아갔다. 이 사실을 안 옥황상제는 설문대 할망에게 벌로 땅에 내려가라고 했다. 할망이 발을 디딘 곳은 육지와 가까운 바다였고, 내려오면서 치마폭에 담았던 흙이 주르르 바다에 쏟아져내렸다. 치마에서 쏟아진 흙이 제법 쌓여 섬모양을 이루었는데 이 섬이 바로 제주도이다. 라이트리움은 이를 좀 더 현대화해 '설문대 여신'으로 바꿨다.

총 대지면적 8555㎡ 규모에 연면적 5438㎡로, 본관건물을 비롯해 기획전시관, 야외전시장, 카페테리아, 기프트 숍 등의 부속 건물로 이뤄져 있다. 본관 내 11개 전시장(1, 2층)은 제주도 탄생설화를 바탕으로 각종 조명 및 IT기술이 합쳐져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진다. 1층에 들어서면 빛으로 천장이 꾸며진 동굴을 지난다. '빛의 터널' 전시장은 마치 고대인이 적어놓은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에 젖어들며 설문대 여신과 만나게 한다. 두 번째 '그림자쇼'관에서는 그림자 영상을 이용, 설문대 여신과 그림자신의 첫 만남을 그려낸다. '빛과 그림자의 역사' '그림자 세상'에서는 제주의 아름다운 모습과 태고의 신비 등을 와이드 스크린 영상과 2면 입체영상을 이용해 만들어낸 화려하고 웅장한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2층에 올라서면 본격적인 빛의 향연이 시작된다. 총 7개의 전시관 중 첫 전시관인 '남겨진 신들과 비밀의 숲'에서는 마치 영화 '아바타'의 숲에 들어선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진다. 홀로그램과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연출로 만들어진 이곳은 몽환적인 숲에서 관람객이 지나갈 때마다 정령들이 이야기를 건넨다. '한라산의 바람' '저인들의 나라' '모험의 시작' 등 이어지는 전시관에서는 스톰윈드 시스템, 맵핑영상, 반서클 영상, 증강현실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직접 움직이고 만지면서 스토리에 빠져들게 했다. 이어 '한락궁이와 서천꽃밭' 전시관에 들어서면 '와!'라는 함성이 저절로 나온다. 이곳은 유리공예와 조명, 광섬유를 이용해 제3차원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갖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꽃들이 움직이며 관람객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한다. 마지막 영상관인 '천상의 빛'에서는 바닥과 벽면 등 2면 입체 영상과 조명, 레이저 등을 이용해 빛의 폭포 등 환상적인 천상의 빛 쇼를 감상하게 된다. 3층에는 조명 역사를 담은 전통조명관, 조명기업 홍보관인 '스마트조명관' '인터렉티브 게임존과 릴렉스존'이 마련돼 있다. 야외 광장에서는 저녁마다 본관 건물의 벽면에 최첨단 LED 조명과 디지털 프로젝터, 음향, 레이저, 3D·4D 영상을 이용한 '미디어 퍼포먼스'가 이뤄진다. 또 제주의 사계절 꽃을 표현한 정원과 LED 조명나무는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박용동 라이트리움 대표는 "우리는 제주도 내 최초의 주·야간 관광지로, 6개월마다 콘텐츠 변화가 손쉽다는 등의 장점을 앞세워 ICT 융복합 문화관광지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관람시간 1부(주간) 오전 9시~오후 6시, 2부(야간) 오후 7시~10시, 입장료 주·야간 각 18000원 선 예상(미정). 문의 (064)726-1221


◆헬로키티아일랜드

-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한창로 340
- 국내 최초 대규모 헬로키티 하우스
- 키티 가족·하루로 꾸며…놀이교실 있어

	지난 연말 문을 연 '헬로키티 아일랜드'는 그야말로 헬로키티 세상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뿐 아니라 '키티 마미'라 불리는 20, 30대 마니아에게는 꼭 가봐야 하는 '성지'나 마찬가지다. 조민희 기자

지난해 12월 문을 연 '헬로키티아일랜드(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한창로 340)'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어른과 아이들의 마음을 꽉 잡고 있는 '헬로키티'를 테마로 했다. 3층 규모의 이 박물관은 1, 2층에는 키티 가족과 키티의 하루,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키티 변천사를 테마로 꾸몄다. 국내 최초로 대규모 헬로키티 하우스를 구현한 셈이다. 3층에서는 헬로키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8분 가량의 3D 애니메이션 영상물을 볼 수 있으며 헬로키티 카페에서 각종 캐릭터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치 '헬로키티'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이 외에도 옥외 라운지, 수유실, 플레이그라운드, 옥상 정원을 갖추고 있어 평균 관람시간(2시간)을 훌쩍 넘겨 즐길 수 있다. 키티 그리기, 키티 목걸이 만들기 등 놀이교실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서는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뿐 아니라 20, 30대 여성 관람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중국이나 동남아 사람들도 개인적으로 찾아올 만큼 인기가 높다. '키티 마미'라 불리는 헬로키티 마니아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헬로키티 아일랜드 관계자는 "개관 6개월만에 관람객 15만 명을 돌파했다"면서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에어포켓과 어른들이 쉴 수 있는 헬로키티카페, 가족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헬로키티룸 등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운영시간 하절기 (6~8월) 오전 9시~오후 8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성인 12000원, 어린이 9000원. 연중무휴. 문의 (064)792-6114


◆세계조가비박물관

- 제주도 서귀포시 태평로 284
- 38년간 모은 7800여 종 조개껍데기 작품 전시
- 화장실마저 예술…액세서리·액자 제작 체험도

	세계조가비박물관

조가비는 '조개의 껍데기'를 말한다. 이런 조개 껍데기들이 '세계조가비박물관(서귀포시 태평로 284)'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1년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서양화 작가인 명연숙 관장이 38년간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7800여 종의 아름다운 오방색 조가비와 산호, 동 등으로 다양한 조가비아트를 선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 선정 우수박물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총 3층 규모로 이뤄진 박물관은 1층은 전시관, 기프트숍, 커피숍, 체험실로 구성돼 있으며 2층은 전시실, 3층은 명갤러리와 조가비가든으로 꾸며져 있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조가비의 변신에 깜짝 놀라게 되고 오묘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하게 된다. 특히 박물관 건물은 서양화와 금속조형, 건축 등 세 분야의 합작품으로 지어져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예술품이라 할만하다. 화장실마저도 눈길이 저절로 갈 정도니 박물관을 방문했다면 꼭 들러보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이벤트와 다양한 체험거리가 준비돼 있다. 현재 천연담수 진주 귀걸이를 여성 유료 관람객들에 한해 증정하고 있으며 조가비아트 체험, 조가비아트 액자 및 액세서리 만들기 등이 있다. 관람시간 하절기 오전 9시~오후 8시, 입장료 성인 6000원 어린이 3500원. 문의 (064)762-5551


◆아이스뮤지엄

- 제주시 연동 1320
- 더위도 추위에 떨게하는 얼음 조각 천지
- 포토존·슬라이드 등 갖춘 신나는 놀이터

수목원테마파크 내 5D 영상관, 버킷리스트 시설물과 함께 있는 아이스뮤지엄(제주시 연동 1320)은 말 그대로 '얼음 세상'이다. 땀이 비처럼 쏟아지는 한 여름이라도 이곳에만 들어가면 '덥다'는 말이 쏙 들어간다. 아찔하게 떨어지는 얼음계곡을 비롯해 이글루로 만든 얼음호텔, 얼음미끄럼틀이 있는 얼음성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다. 특히 얼음슬라이드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설물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몸으로 즐기는 얼음과 함께 눈으로 보는 얼음도 있다. 각종 동물과 여신, 자동차와 마차 등의 얼음조각은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입장할 때 담요 한 장씩을 나눠주지만 여분의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아이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음세상을 즐기기에 바쁘다. 하지만 어른들은 담요 한 장으로는 20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이곳은 제주공항 근처에 있어 제주를 떠나기 전 비행기 시간이 애매할 경우 잠시 들러볼만 하다. 아이스뮤지엄은 입장표가 버킷리스트 아트와 공동으로 구성돼있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10시(성수기), 관람료 성인 12000원 소인(36개월 이상) 8000원. 문의 064-742-3700

글·사진=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