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패키지형 결혼식에 싫증을 느낀 예비부부들이 새로운 장소와 구성으로 '나만의 결혼식'을 거행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 커플이 부산의 한 야외 전용 예식장에서 풍선 이벤트와 함께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모습. 르블랑웨딩 제공

지난해 9월 톱스타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제주도의 작은 별장에서 친척과 가까운 지인만 초대한 비공개 '작은결혼식'을 올렸다. 고급호텔 예식장에 수백 명의 유명인사가 참석하는 톱스타의 일반적인 결혼식과는 달라 주목을 받았다. 가수 조정치·정인 부부도 지리산 종주 결혼식으로 시선을 모았다. 부산 출신 방송인 안선영 씨도 부산 남구의 한 웨딩홀에서 부산에서는 드문 야외결혼식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에 꽃잎이 기분 좋게 날리는 봄이 왔다. 결혼 성수기인 요즘 결혼식 형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웨딩홀에서 똑같은 패키지를 이용해 순식간에 해치우는 틀에서 벗어나 이색 공간이나 새 형식으로 예식을 올리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연예인들의 이색 결혼식은 이 같은 흐름에 기폭제가 됐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이 아니라 장소와 구성에 개성을 더해 '나만의 결혼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보다는 적지만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도 적지 않은 예비부부들이 기억에 남고 특색있는 결혼식을 하고 있다. 이름도 다양하다. 장소에 따라 극장결혼식, 하우스웨딩, 펜션웨딩 등이 있고 형식에 따른 채플·퓨전·에코웨딩 등도 있다. 웨딩피네 이욱형 대표는 "그전에는 (이색 결혼식이) 한 달에 1건이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였는데 1, 2년 전부터는 한 달에 2, 3건으로 맞춤예식 의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백년가약을 맺은 이경민·김정현(35) 커플은 연애기간 동안 꿈꿔오던 야외결혼식을 실현했다. 이 씨는 "다른 결혼식에 가보면 항상 시간에 쫓기고 식사장소에서도 다른 결혼커플 손님과 뒤섞여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끝나버리는 것이 아쉬웠다"면서 "(결혼 당일) 날씨가 걱정됐지만,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온종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잔치'가 돼서 흡족했다"고 말했다.

예식 구성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나만의 결혼식'을 진행하는 예비부부도 늘고 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물론이고 뮤지컬 형식, 풍선 날리기, 하객들의 꽃 건네기 등 즐겁고 화기애애한 결혼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지난달 결혼한 김소연(31) 씨는 "부모님 의견이 워낙 강해 결혼식장은 웨딩홀을 이용했지만 주례 없이 시댁 부모님이 성혼선언문을 읽고 친정 부모님이 좋은 말씀을 해 주시는 등 식순은 바꿨다"면서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신랑·신부와 그 가족 간의 결합이니만큼 진솔하고 알차게 꾸미고 싶었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색다른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이 많아졌을까. 당사자나 웨딩업체 관계자들은 '추억'과 '여유'를 그 이유로 꼽고 있다. 판으로 찍어내는 듯한 느낌의 기존 결혼식에 대한 염증이 이런 흐름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또 해외 여행이나 유학 등으로 외국의 결혼식 문화가 국내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도 한 이유다.


- 혼잡하고 천편일률적인 웨딩홀 '30분 결혼' 대신
- 특별한 장소를 빌려 짧게는 3시간 길면 하루 종일 '하우스 웨딩' 하는 커플 늘어
- 야외전용 예식장도 생겨

- 신랑 손잡고 입장하는 신랑아버지, 남자 후배에 부케 던져주기 등
- 식순·이벤트 등 형식 파괴 통해 재미있고 스토리있는 예식 추구

■여유없는 웨딩홀은 그만… 장소 파괴

르블랑 웨딩 제공

최근 결혼식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바로 장소다. 웨딩홀은 예식과 관련된 것이 미리 준비돼 있어 편리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반면, 예식시간이 최대 1시간 정도로 제한적이고 홀의 갯수에 따라 혼잡스럽다. 이런 점에서 펜션이나 가든, 레스토랑 등을 빌려 예식을 진행하는 커플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하우스 웨딩'이라는 용어로 뭉뚱그려진다. 이들 장소의 경우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종일 빌릴 수 있어 원하는대로 예식시간과 피로연 등을 가질 수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각광받고 있는 예식형태는 펜션웨딩이다. 말 그대로 펜션을 빌려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다. 하루 또는 이틀을 빌려 예식과 식사, 피로연 등을 진행한다. 시간과 예식 프로그램 모두 밀도있게 진행되는 만큼 하객은 가족과 친척, 가까운 지인 등으로 구성해 최대 200명을 넘지 않는다. 부산 울산 경남은 펜션이 주로 거제나 통영지역에 몰려있어 이쪽에서 식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대여비용은 100만~150만 원 가량.

한 웨딩업체 관계자는 "예비부부들이 마음에 드는 펜션이나 장소를 정해 의뢰를 해 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펜션에서 진행하는 비용은 장소 등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하객 2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식사비 포함 1000만 원을 좀 넘는다"고 말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야외전용예식장은 하얀색 천막 두 동을 설치해 하객을 위한 식사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야외에 준비된 뷔페에서 하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르블랑 웨딩 제공

이런 흐름을 따라 전원 가든과 야외전용 예식장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부산 강서구 '인마이메모리'나 동래구 온천동 '동래별장', 일부 해운대 레스토랑 등이 그곳이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 1개팀 정도만 예식을 진행하고 시간 제한을 크게 두지 않는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는 야외전문예식장도 있다. 2012년 문을 연 '르블랑웨딩홀'은 도시철도역 근처여서 다른 야외결혼식장보다 교통환경이 좋은 편이다. 특히 이곳은 건물 베란다에 마련된 야외결혼식장, 식사 공간과 별개로 실내홀도 함께 갖추고 있어 우천시에도 불편함이 적다. 하객은 총 4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으며 예식시간은 최대 3시간이다. 대관료는 3~6월 100만 원에서 200만 원 가량에 이른다. 이 외 기존 웨딩홀들도 뒤늦게 옥상이나 정원을 활용해 야외결혼식장을 만들고 있다.

아직까지는 생소하지만 극장결혼도 새로운 흐름이다. 소극장을 빌려 예비부부가 마치 공연의 주인공처럼 무대에서 예식을 진행하고 하객들은 관람석에 앉는 형태다. 예식의 집중도를 높이고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만의 개성으로…구성 파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원도 새로운 결혼문화 정착을 위해 개방되고 있다. 지난해 경남 창원시 장미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 연합뉴스

교통이나 하객 수용 등의 문제로 인해 장소는 어쩔 수 없더라도 식순을 바꾸거나 이벤트를 더하는 결혼식도 많아졌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은 이제 화젯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다. 주례 대신 부모님이 성혼선언문을 읽고, 신랑신부가 하객 앞에서 첫 만남부터 연애과정을 소개하며 결혼생활에 대한 의지 등을 다지기도 한다.

지난달 결혼한 이종혁(35) 씨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신랑 입장을 했다. 이 씨는 "어머니들은 화촉을 밝히고 신부 아버지는 신부와 입장하는데, 신랑 아버지는 아무 역할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면서 "아버님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과 부모님처럼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의미를 담아 구상했다"고 말했다. 신부 부케는 여자가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진 지 오래다. 올해 초 결혼한 한은희(여·35) 씨는 "친한 남자 후배가 결혼식을 준비한다는 말을 듣고 부케 주인공으로 정했다"고 소개했다.

꽃 대신 화분으로 결혼식장을 장식한 뒤 화분을 하객들에게 답례선물로 전달하거나 하객들이 꽃 한송이씩을 갖고 있다가 식이 끝난 뒤 신랑신부에게 전달하며 축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여행이나 유학 등을 통해 외국의 문화가 많이 들어오면서 집이나 펜션 등 하우스웨딩을 하려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영화 '웨딩 크래셔' 속 결혼식 후 피로연 장면.

채플웨딩이나 퓨전 결혼 등의 용어도 여기서 확장된 개념이다. 채플웨딩은 기독교식 결혼을 말하는 것으로, 교회나 성당에서 차분하고 경건하게 예식을 진행한다. 그래서 하객은 50명 내외로 소규모로 이뤄진다. 요즘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커플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채플스타일의 웨딩홀이 생겨나고 있다.

퓨전웨딩은 서양식과 전통 혼례 등을 자유롭게 혼합해 진행하는 것이다. 신랑은 턱시도를 입고 신부는 한복드레스를 입는다거나 이와 반대로 신랑은 한복을,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입기도 한다. 또 전통 혼례를 진행한 뒤 피로연은 서양 스타일로 꾸미는 등 다양하다. 이 같은 예식스타일은 최근 다문화부부가 많아지면서 생겨난 것으로 외국인 신랑 또는 신부의 취향에 따라 신랑신부가 직접 적절히 섞어 구성하기 때문에 더욱 이색적이다.


# 이색결혼식 준비 주의사항

- 신랑·신부 적극적인 의지가 기본…고객 맞춤형이라 저렴한 편 아냐

지난 6일 부산 강서구에 있는 '인마이메모리'에서 한 커플이 결혼식을 하고 있다. 전민철 프리랜서

이색 결혼식을 하는 커플이 늘고 있지만, 준비과정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색결혼식은 말 그대로 나만의 개성을 담아 특색있는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신랑신부가 준비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 기존 기성 결혼식보다 훨씬 더 많다. 장소부터 식순 및 이벤트 구성, 참여자 섭외 등 까다롭게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이 많은 게 사실이다. 결혼식은 물론이고 신혼여행, 신혼집 등 챙겨야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예비부부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작은결혼식'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비용이 적게 드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웨딩업체 관계자들은 "꼭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젓는다. 기존 결혼식은 장소가 결혼만을 위해 꾸며져 있는 곳이고 그에 맞춰 모든 것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이른바 '패키지' 형태로 가격적인 장점이 크다. 이에 비해 이색 결혼식은 모든 것이 '고객 맞춤형'으로 진행되다보니 비용이 저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이색 결혼식 역시 식사와 장소 대여료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지인이나 친척 등을 통해 좋은 장소를 무료로 빌릴 수 있거나 식사를 집이나 아는 식당에서 준비한다면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다른 해결과제는 부모님의 동의를 얻는 것이다.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주인공이지만 가족의 커다란 행사이고 부모님의 손님이 많아 부모님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대체로 부모는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결혼식을 선호하고 교통여건을 중시하기 때문에 이색 결혼식이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신랑신부의 의지와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웨딩업체 관계자들은 조언한다. 예비부부가 '자신의 결혼식을 평생 기억에 남고 즐거운 시간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작은 것도 신경을 쓰면서 하나하나 준비해 나간다면 결혼식 준비과정 역시 행복한 기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