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환 감독은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타운' 등 '타운' 3부작과 '불륜의 시대' '무게' 등 독립영화로 세계 30여 개 영화제에 초청받아 많은 상을 받았으며, 2012년에는 '무게'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퀴어 라이언상을 차지했다. 그의 영화는 세계 영화계에선 주목받았으나 파격적인 소재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해 대중과 가까워지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신작 '마이보이'는 그가 연출한 영화 중 가장 대중 친화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태란과 차인표 등 일반 관객과 친근한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두 형제 이천과 유천을 홀로 키우는 엄마가 있다. 엄마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동생 유천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힘들어하고, 분노 조절을 못 하는 형 이천은 자신의 실수 때문에 유천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아파한다. 유천과 이별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이천은 동생이 타고 다녔던 휠체어를 끌고 집을 나선다.

힘든 삶을 사는 사람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른다. '마이보이'도 마찬가지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큰아들과 식물인간이 된 작은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난의 삶을 사는 엄마(이태란)의 모습은 연민이 저절로 든다. 소주를 마시며 아픔을 삼키는 그 심정은 오죽할까. 사심 없이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남편 친구(차인표)의 시선이 관객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동생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휠체어를 끌고 길을 나서는 이천의 마음도 안타깝다. 자신의 실수를 탓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무작정 걷기만 하는 모습과 길거리 공연장에 놓인 드럼을 치며 분노를 발산하는 모습은 전규환 감독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다.

결혼하기 전에 이 작품에 출연한 이태란은 삶의 무게를 짊어진 엄마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특히 표정으로 모든 것을 느끼게 만드는 감정의 디테일을 잘 표현했다. 이천 역을 맡은 이석철은 드러머 출신의 신인 배우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쉽지 않은 역할을 소화해낸다.

'마이보이'를 통해 전규환 감독의 영화가 대중과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 개봉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