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의 '300'은 남자의 근육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성에게 각인시킨 영화였다. 자신들의 정의를 지키기 위한 '아름다운 죽음'과 '근육'의 어울림은 탁월한 시각적 쾌감이었다.

2편인 '300:제국의 부활'에 거는 기대도 한결같다. 근육과 피. 페르시아 대군에 맞선 300명의 스파르타 전사는 전멸했지만, 아테네를 비롯한 다른 그리스인이 아직 남아 있다. '300:제국의 부활'은 크세르크세스 1세가 그리스를 침공한 2차 페르시아 전쟁의 다른 전투들을 그리고 있다.

'300:제국의 부활'의 시작은 BC 480년 테르모필레 전투의 10년 전인 마라톤 전투다. 크세르크세스의 아버지인 다리우스왕이 마라톤 전투에 참전했다가 아테네의 장군 테미스토클레스의 화살에 심장을 맞고 죽는다.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지만, 테미스토클레스라는 주인공을 두드러지게 하고 갈등을 심화하는 장치다. 페르시아로 돌아간 크세르크세스는 '신왕'의 자리에 오르고 10년 뒤 그리스로 진격한다.

사실은 심약한 캐릭터였던 크세르크세스를 이끌고 변화시킨 인물로 아르테미시아가 나온다. 그리스인이지만, 그리스인에게 온 가족을 잃고 노예로 끌려다니다가 페르시아에 구원 당한 여인. 검술로는 누구도 당할 수 없는 여전사가 된 아르테미시아는 자신의 원수인 그리스를 불태우기 위해 크세르크세스를 부추긴다. 이것도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 아르테미시아는 그리스의 소도시인 할리카르나소스의 여왕이었고, 크세르크세스를 도와 전쟁에 나섰다.

전편이나 이번 영화나 역사적 고증은 거의 의미가 없다. 캐릭터는 편의대로 변형시켰고, 전투의 순서나 전개도 사실과는 다르다. '300:제국의 부활'은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르테미시아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 세계의 단결을 위해 스파르타에 가지만 아테네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스파르타는 협력을 거절하고 영광의 죽음을 택한다.

300명의 전투가 벌어지던 시점에,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의 해군을 이끌고 페르시아 함대와 전투를 벌인다. 수적 열세에도 놀라운 지략으로 두 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결국 에게해를 그리스 병사의 피로 물들이고 만다. 테미스토클레스와 아르테미시아는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끌린다. 결국은 칼을 들이댈 수밖에 없지만. 역사적 사실의 큰 얼개만 남겨두고 주요 인물의 스토리를 대폭 수정한 '300:제국의 부활'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아르테미시아다. '몽상가'의 에바 그린이 연기하는 아르테미시아는 잔혹한 운명을 겪은 후 '죽음의 여신'이 되었다. 원하는 것을 위해 어떤 음모나 협잡도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칼과 화살로 남자들을 상대하는 여전사. 그에 비하면 테미스토클레스는 평범하다. 용장, 덕장은 아니고 지장이라 할 테미스토클레스는 주인공이기에 받는 스포트라이트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없다. 전작의 레오니다스왕의 카리스마가 그립다.

'300:제국의 부활'은 느슨하고 말이 너무 많다. 그나마 해상 전투 장면은 과장이 심하지만 볼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300:제국의 부활'에서는 여전사 에바 그린이 진리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