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에게 '카운슬러'라고 불리는 변호사는 조금 더 편하게 인생을 살기로 한다. 사랑하는 연인 로라에게 최고급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기 위해 멕시코 사업가 라이너와 함께 클럽의 공동 소유주가 되기 위해 마약 밀매에 손을 댄다. 라이너가 소개한 웨스트레이는 필요한 모든 것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하지 말라고 카운슬러에게 충고한다. 하지만 카운슬러의 바로 눈앞에 모든 것이 있다. 부와 명예, 아름다운 연인까지.

'로드'의 작가 코맥 맥카시가 쓴 시나리오를 리들리 스코트가 연출한 '카운슬러'는 선택의 비정함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덧없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카운슬러는 잘 생기고 재능도 있는 남자다. 다만 그가 만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잘 나가고, 돈도 많다. 그래서 선택한다. 자신도 그들의 세계에 끼어들기 위해서. 하지만 그가 택한 세계는 너무나도 위험했다. 멕시코의 갱단은 함께 일을 하다가 뭔가 문제가 생기면 누군가를 납치해 손발을 자르거나 죽여 버린다. 단지 겁을 주려는 목적으로. 그곳은 카운슬러가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이다. 웨스트레이는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카운슬러는 선택했고, 마약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자 갱단은 그와 라이너를 쫓는다. 카운슬러의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고, 누군가의 음모로 일이 틀어진 것뿐인데도.

'카운슬러'는 카운슬러와 연인 로라가 함께 누워 있는 침대에서 시작한다. 그들이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지, 그들의 미래가 얼마나 행복할지 상상하게 한다. 코맥 맥카시의 시나리오는 비정하다. 하나의 선택이 어떻게 그들의 인생을, 세계를 결정하고 모든 것을 부숴버리는지를 차갑게 그려낸다. 아니 차가운 게 아니다. 감정이나 상황에 '온도' 같은 것은 없다. 그저 무언가가 일어날 뿐이고, 사람들이 휘말려 죽어간다. 도움을 요청하는 카운슬러에게 한 친구가 답한다.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숨이 막힐지라도 이미 모든 것은 결정된 것이라고. 선택을 되돌릴 수도 없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카운슬러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던질 수 있지만 그래 봐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맹수 앞에 내던져진 토끼처럼 그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카운슬러'의 세계는 '그래비티'의 광대한 우주처럼 잔인하면서도 성스럽다.

코맥 맥카시와 리들리 스코트, 70세가 넘은 두 노인이 만든 '카운슬러'는 힘이 넘친다. 이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굴러가는지를 응축된 언어와 영상으로 냉정하게 보여준다. 슬픔을 자아내거나 안타까움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보라고만 한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듯, 이 거대한 세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선택을 지켜보라고 말한다. 보통 노인이 되면서 만든 영화는 세계의 조화를 이야기하거나 그윽하고 부드러운 눈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들리 스코트는 반대다. 우리들의 세계는 이렇게 냉혹하고 그래서 위대하다고 담담하게 말해준다. 단호한 '카운슬러'를 보고 나면, 그래서 정신이 아득해진다. 내 선택이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느라.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