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우암동 도시 숲에서 한 시민이 산책하고 있다. 멀리 우암터미널 등 부산항이 보이고 영도 역시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우암동 도시 숲'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도시'와 '숲'은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 조합인데, 부산에서는 꽤 궁합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암동 도시 숲은 지난해 문을 연 작은 공원입니다. 원래 포병기지가 있던 군사 지역입니다. 부산시와 향토사단이 주민의 편의를 위해 철책 등을 걷어내고 공원으로 꾸며 개방했습니다. 물론 포진지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말입니다. 군사시설 부지만으로는 조금 작아서 부산시는 인근 지역의 땅을 사들여 산책로와 운동시설을 만들었습니다.

남구선거관리위원회 바로 뒤편에 있습니다. 예전에 군사시설이었으므로 사실상 산꼭대기입니다. 접근성이 그다지 좋지는 않습니다. 동천삼거리에서 우암로를 따라가다 우암초등학교 인근에서 좌회전합니다. 가파른 골목길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최근 펴낸 '그린부산 명품 130선'에 우암동 도시 숲을 포함했습니다. 한송학 부산시 공원조성관리 담당은 "부산의 공원에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있다. 특히 산 위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부산의 공원이 갖는 큰 장점"이라며 "우암동 도시 숲은 그런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원 정상에 서면 북항대교와 영도 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좀 더 오른쪽으로 보면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도 보입니다. 특히 맑은 날 오전에 햇빛을 등지고 부산항을 바라보면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바다를 가로질러 개통을 앞둔 북항대교가 '여기는 부산이야!'하고 웅변하는 것 같습니다.

공원 아랫부분에는 지그재그 산책로가 있습니다. 이곳은 봄이 되면 철쭉이 만개합니다. 군사시설이므로 키가 작은 관목만 심었는데 그래서 시야가 더 시원하게 트입니다. 우암동 도시 숲에는 편백 숲길도 있습니다. 기존에 있던 편백 군락은 최대한 유지하면서 필요한 부분에서 일부 이식을 했습니다. 제법 큼지막한 나무도 있는데 부산의 조경업체가 공원을 꾸미면서 나무를 옮겨오는 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듣는 부산 시민의 불만은 '아이들 데리고 갈 만한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늘 봤던 용두산공원이나 어린이대공원은 신선한 맛이 없고, APEC나루공원이나 을숙도 등은 또 멀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산에는 이름도 생소한 공원이 많이 생겼습니다. 엄청난 편의시설과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산책을 하며 몇 시간 놀기에는 부족하지 않습니다. 동부산 서부산 가릴 것 없이 골고루 퍼져 있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동해와 붙어 있는 신평소공원, 농업용 저수지를 생태적으로 꾸민 용소웰빙공원, 목석원예관까지 갖춘 구덕문화공원 등은 부산시가 강력히 추천하는 공원입니다.


■ 사하구 아미산전망대공원

- 낙동강 하구 붉은 석양에 빠지다
- 대마등 진우도 등 모래섬 조망

	아미산전망대의 산책로. 진우도 등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과 가덕도 등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미산전망대공원(부산 사하구 다대동)은 낙동강 하구를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전망대 지붕 위에 올라가면 대마등 진우도 신자도 맹금머리등과 같은 낙동강 하구의 모래섬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온다. 모래섬 해변으로 조금씩 밀려드는 파도는 그림처럼 잔잔하다. 날씨가 맑으면 거제도까지 선명하고 부산항 신항은 물론 낙동강 하굿둑 위로 사상과 강서지역 둔치도 한눈에 펼쳐진다.

아미산전망대공원을 찾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은 늦은 오후 해 질 무렵이다. 특히 일몰 조망이 끝내준다. 데이트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몰려드는 시간이다. 붉은 석양이 낙동강 하구를 비추면 바다는 황금빛으로 물든다.

아미산전망대공원은 이 같은 공원의 입지 조건에 맞는 설계를 했다. 전망대 아래 빈 곳에 물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실제 건물이 2층부터라면 1층은 빈 곳으로 놔두고 바닥에 물받침을 만든 것이다. 낙동강 하구가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처럼 전망대도 그렇게 햇빛에 반짝이도록 설계한 것이다. 아미산전망대는 '물 위에 앉은 철새'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건물 디자인도 철새를 형상화했다. 최근 아미산전망대는 입소문을 타면서 부산의 대표 관광지로 떠올랐다. 시티투어 코스에까지 포함됐다.

전망대 주변으로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대마등 진우도 등 낙동강 하구의 축소 모형도 볼 수 있다. 낙동강 하구의 지형과 지질 자료 등을 전시해 지질학습장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전망대 안에는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 기장군 신평소공원

- 전망대 서면 손으로 파도가 잡힐 듯
- 태양광·풍력 이용 에너지 자급자족

신평소공원(부산 기장군 일광면 신평리)은 '손으로 파도를 잡을 수 있는' 공원이다. 해안가에 공원이 있다. 공원에서 바로 바닷가 갯바위로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덱에 서면 발아래로 약한 파도가 철썩거린다. 지난여름에는 갯바위 틈에 숨은 게를 잡는 아이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일광해수욕장과도 가깝다.

신평소공원은 글자 그대로 '작은 공원'이지만 테마는 뚜렷하다. 먼저 전기를 공원 안에서 생산해 사용하는 친환경이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자급자족한다. 다소 독특한 모양의 수평형 풍력발전기가 공원 곳곳에 서 있다. 기장군청 농림과 진유성 계장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에너지를 얻어 야간에 켜지는 조명도 꽤 볼 만하다. 여름에는 공원 인근에서 캠핑을 즐기는 시민도 많았는데, 부산보다 외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 한가운데는 배 조형물이 있다. 멀리서 보면 배 한 척이 동해를 향해 항해를 시작하는 것 같다. 길이 19m, 폭 12m, 높이 15.5m로 크기가 어지간한 실제 배 만하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먼저 뱃머리에 올라가 바다를 보면서 양팔을 벌린다.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상상하면서. 배 조형물 주변에는 물안개를 뿜어 올리는 장치도 있다. 물안개를 헤치며 항해하는 배를 떠올리도록 한 것이다. 수도요금 부담 탓에 항상 가동하지는 않는다. '신평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으며, 3500㎡ 규모의 작은 공원이지만 해안을 따라 산책로도 잘 정비됐다.

	공원 한 가운데 배 조형물이 있는 기장 일광 바닷가의 신평소공원(왼쪽). 국화가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는 기장읍의 용소웰빙공원. 생태하천을 한 시민이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 기장군 용소웰빙공원

- 농업용 저수지, 명품공원으로 재탄생
- 메타세쿼이아·국화 등으로 조경

용소웰빙공원(부산 기장군 기장읍)은 농업용 저수지를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부산에서 가장 최근에 생긴 공원 가운데 하나다. 특히 습지 생태의 복원 효과까지 거두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시와 기장군은 저수지인 용소를 한 바퀴 도는 데크형 산책로를 조성했다. 천천히 걸어가면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데 30분 이상 걸린다.

기장읍 기장초등학교 뒤 한쪽 구석에 있다. 저수지는 고지대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데, 둑 아래의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도심의 느낌은 전혀 안 난다. 그러나 부산울산고속도로의 소음은 약간 들린다. 풍광이 조용하고 아름다워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많이 모이기도 한다. 저수지 가운데는 분수대가 있으며, 공원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 기장군청은 폐선을 한 척 저수지에 띄웠다.

공원을 조성할 때 부산울산고속도로 개설 공사에서 뚫린 지하수를 저수지로 흘러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하수가 저수지로 흘러내려 오는 길에 생태하천이 생겼다. 용소 위로 두 개의 작은 연못이 있는데 이들이 침전조 역할을 한다. 오염된 물질이 가라앉으면서 용소의 수질까지 깨끗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저수지 둑에서 안쪽으로 걸어가면 아이들이 놀 만한 놀이터가 있으며, 운동시설과 작은 공연장도 갖췄다. 산책로 주변에는 메타세쿼이아를 심어 분위기를 냈다.

기장군은 공원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작은 화분에 꽃을 심어 산책로 주변에 전시했다. 지금은 국화가 공원을 장식하고 있다. 기장군 농림과 진유성 계장은 "군청 예산에 공원용 초화구매 항목을 편성했다. 공원 조경을 꾸미는 것은 물론이고 특히 기장군에는 꽃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많아 농가소득을 높이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 수영구 수영사적공원

- 수영성·천연기념물 보면서 산책
- 놀이마당서 수영야류 등 연습

	수영사적공원에 서 있는 조선 후기의 안용복 장군 동상.

수영사적공원(부산 수영구 수영동)은 역사를 배우고 전통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조선 시대 남해안의 4군영을 관할했던 경상좌도 수군절도사가 자리했던 역사적인 장소에 공원이 조성됐다. 시도유형문화재 제17호 수영성 남문과 시도기념물 제270호 25의용단, 천연기념물 제270호 좌수영성지 곰솔, 천연기념물 제311호 좌수영성지 푸조나무 등 지정문화재가 많다.

공원 한가운데 있는 놀이마당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수영야류, 좌수영어방놀이 등 연습이 진행된다. 놀이마당은 지난 2월 지붕을 씌워 비가 내리는 날에도 공연과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정비했다. 11~2월에는 추운 날씨 탓에 야외행사는 많이 없지만 오전 7시면 어김없이 50여 명이 모여 택견을 수련한다.

이 공원을 향한 주변 시민의 사랑도 뜨겁다. 천연기념물 곰솔은 나무가 조금만 누렇게 변해도 재선충에 감염된 것 아니냐고 신고가 들어올 정도다. 곰솔은 수령이 400년, 둘레가 4m 이상 된다. 가지가 퍼진 거리도 19m에 이른다.

수령 5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푸조나무는 나무 둘레가 8.5m쯤 된다. 예전에는 동네 어린이들이 올라가 놀던 놀이터였지만 지금은 나무 보호를 위해 접근이 통제된다. 수영사적공원에는 천연기념물뿐만 아니라 200년 이상 된 보호수가 5그루나 된다. 수영성과 천연기념물을 보면서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부산시 녹지정책과 전민석 주무관은 "수영사적공원에는 안용복 장군 동상까지 있다. 역사 사적지와 문화, 공원이 접목된 공간"이라면서 "예전에는 사적지 주변에 주택가가 밀집해 꽉 막힌 공간이었는데 부산시와 수영구에서 공원 주변의 주택을 사들여 헐었다. 대신 석축을 쌓아 공원의 시야가 트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 서구 구덕문화공원

- 구덕수원지·편백숲서 몸과 마음 치유
- 교육역사관·목석원예관 눈길

	구덕문화공원에 있는 수원지의 분수대.

구덕문화공원(서구 서대신동)은 구덕산 꽃마을 뒤에 있다. 이 공원의 장점은 다양한 볼거리. 분수대가 있는 구덕수원지를 비롯해 편백숲이 공원의 품격을 높인다.

특히 구덕문화공원의 산책로는 피톤치드를 활용한 산림치유공간을 테마로 조성됐다. '편백숲 명상의 길'을 따라 걸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쭉쭉 뻗은 편백를 보면서 걷다 보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편백 산책로는 20분 정도 걸리며, 공원 산책로를 한 바퀴 돌려면 1시간 가까이 잡아야 한다.

교육역사관에 가면 1950~1960년대 사용하던 나무로 만든 학교 책상과 걸상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의 천막교실과 옛날 교과서 등이 눈길을 끈다. 목석원예관은 다양한 열대식물과 조경석으로 꾸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