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수면제의 부작용을 알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수면제를 상시 복용하게 되면서 밤에 전혀 의식이 없는 채로 음식을 만들거나, TV를 보거나 하면서 몽유병처럼 되는 것이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약 포장마다 설명된 '부작용'을 보고 무심코 넘겼을 뿐, 그렇게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임상실험을 마쳤고, 어느 정도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라고 믿었기에.

스티븐 소더버그의 '사이드 이펙트'는 우울증 약의 부작용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던 에밀리는 남편이 감옥에서 나오자 자살을 기도한다. 정신과 의사 뱅크스가 약 처방을 내린 후 에밀리의 증상은 급격하게 호전된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몽유병이 나타난다. 약을 끊거나 바꾸자고 조언했지만, 에밀리는 지금 상태가 좋다며 고집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몽유병 상태에서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다. 에밀리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에 정신병원에서 감호처분을 받는 것으로 확정되고, 뱅크스는 치명적인 과실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직장에서 해고되며 심각한 위기에 몰린다.

'사이드 이펙트'는 부작용이라는 뜻이다. 약의 부작용에 따른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영화처럼 시작한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격하게 방향을 튼다. 아주 작은 단서들이 뱅크스의 눈에 띄는 것이다. 어떤 약의 효능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며 에밀리가 말을 흘렸고, 자살 기도에도 의심스러운 점들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뱅크스를 말린다. 집착이거나 설사 사실이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에밀리는 이미 선량한 희생자로 알려졌고, 의사인 뱅크스의 평판만 나빠진다는 것. 뱅크스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다시 사건을 조사한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1989년 장편영화 데뷔작인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받는 기염을 토한다. 하지만 '카프카', '킹 오브 힐' 등 나오는 작품마다 혹평을 받으며 한동안 고난의 세월을 보낸다. '아웃 오브 사이트'(1998)로 호평받은 스티븐 소더버그는 2000년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 두 편의 영화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나란히 수상하며 다시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는다. 현란한 카메라워킹과 편집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영화 '트래픽'과 줄리아 로버츠라는 배우의 다른 면을 보여주며 전형적인 할리우드 휴먼드라마를 연출한 '에린 브로코비치'. 이후 스티븐 소더버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스타들을 대거 출연시킨 유쾌한 오락영화 '오션스 일레븐',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예술적인 SF를 리메이크한 '솔라리스', 저예산으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개봉한 '버블',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의 일생을 그린 '체', 여성 격투기 선수 지나 카라노가 출연한 첩보 스릴러 '헤이와이어', 급성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지는 과정을 다큐 스타일로 그린 '컨테이젼', 남성 댄서를 육감적으로 그린 '매직 마이크' 등등 오락과 예술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냈다. 흥행에도, 명예에도 별 관심 없다는 듯이.

최근작인 '컨테이젼', '헤이와이어', '사이드 이펙트'는 긴박하고 긴장감 넘치는 사건과 상황을 그려내면서도, 건조하게 미니멀한 스타일로 일관한다. 음악도, 연기도, 카메라도 담담하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요동치는 인간의 내면만은 짜릿하게 담아낸다. 뭔가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고, 이면의 음모가 밝혀지면서 마구 돌발상황이 도래하는 스릴러는 전혀 아니지만 '사이드 이펙트'는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매력적인 영화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