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암 아래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

- '신선이 살기 좋은 곳' 예부터 절경 유명
- 장군봉이 처·첩 거느린 형상 도담삼봉
- 인간세상과 천상 경계지점 같은 석문
- 선암계곡 널찍한 바위엔 피서객 북적
- 충주호서 보는 구담봉·옥순봉의 장관

대표 내륙 여행지라면 단양을 빼놓을 수 없다. 단양은 암석(석회암)이 빚은 팔색조(8경)의 매력이 빛나는, 예로부터 절경으로 이름난 곳이다. 단양(丹陽)이라는 지명이 '신선이 살기 좋은 고장'이란 의미의 '연단조양(鍊丹調陽·신선이 먹는 환약과 고루 비치는 햇살)'에서 유래했을 정도다. 신선이 살 만큼 물 좋고, 산 좋고, 경치 좋은 곳이라는 것이다. 정도전 이황 김홍도 등 명사들도 단양의 경관(도담삼봉 석문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구담봉 옥순봉 등 단양 8경)을 극찬하면서 시 그림 등 역작들을 많이 남겼다.

여름 피서객 때문인지, 아니면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이 여행지로 소개해서인지 가는 단양 8경 관광지마다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뚝 솟은 삼봉과 석문

단양 8경 구경의 출발점은 제1경인 도담삼봉(명승 제44호)이다. 도담리를 끼고 굽이굽이 흐르는 남한강 위에 3개의 기암이 우뚝 서 있다. 어디선가 떠내려온 듯한 바위봉들이다. 실제로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에 떠내려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되었다고 한다. 3개 중 제일 큰 바위봉은 장군봉(남편봉)이고 양 옆으로 나 있는 봉은 처와 첩이란다. 처봉은 돌아앉은 형상이다. 첩을 얻은 남편을 미워해 등을 돌리고 앉았다 해서 처봉으로 이름 붙여졌다하니 표현이 참 해학적이다. 이렇듯 처와 첩을 거느린 장군(남편)은 정자(삼도정)까지 갖추고 남한강 위에서 유유자적 풍류를 즐기고 있다.

	단양8경 제2경인 석문.

이곳에서 함께 자연과 교감을 나누고 풍류를 즐긴 선조는 여럿이다. 조선 개국공신인 정도전은 도담삼봉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호를 '삼봉'이라 지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정도전은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로 대중의 관심을 많이 산 바 있다. 조선 명종 때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은 '산은 단풍잎 붉고 물은 옥같이 맑은데/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도담삼봉은 유람선과 모터보트로도 감상할 수 있다. 도담삼봉~석문~은주암~자라바위~신단양 코스의 유람선(5000원)은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모터보트(6000원)로는 신나게 놀이하듯 도담삼봉과 남한강을 즐길 수 있다.

제2경인 석문이다. 도담삼봉 구경 후 주차장 안쪽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면 음악분수대를 거쳐 석문으로 가는 오르막 계단길이 나 있다. 길을 타고 산길에 접어들면 명승 제45호인 석문에 이른다. 누군가 네모진 문짝만 뜯어간 듯한, 구름다리 모양의 돌기둥만 남은 형상이다. 아주 오래 전 석회동굴이 무너진 뒤 동굴 천장만 일부 남아 이런 모양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문 자체도 신기하지만 석문을 통해 보는 남한강과 강 너머 마을의 전경이 또다른 관람포인트다. 강 너머 마을을 보면 꼭 이 석문은 인간 세상과 천상 세계를 연결하는 문 같다. 천상 세계는 이 문을 통해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이런 짐작은 대충 맞아떨어졌다. 석문에 작은 동굴이 있는데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러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미가 강 너머 마을에 정착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고 한다.

■사인암, 상·중·하선암 휴양객 가득

	모터보트를 타고 도담삼봉을 즐기는 관광객.

선암계곡을 끼고 있어서인지 사인암(명승 제47호)과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은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수많은 사람이 뿜어내는 소음과 이들이 버린 쓰레기에 한동안 몸살을 앓겠지만 자연은 이들을 넉넉하게 품는다.

70m가량 높이의 사인암은 가로와 세로의 불규칙적 절리를 자랑한다. 이곳은 고려 후기 유학자로 고향인 단양에서 벼슬 사인(舍人)을 지낸 우탁(1263~1342)을 기리기 위해 사인암으로 명명했다고 한다. 우탁은 '한손에 가시 들고 또 한 손에 막대 들고/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시 '탄로가'로 매우 유명한 인물이다.

월악산국립공원 내 속한 선암계곡의 상류로부터 중류, 하류까지 10㎞ 구간에는 상선암과 중선암, 하선암이 있다. 널찍하고 평탄한 바위 위에 자리를 펴고 탁족하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저녁 무렵 선암계곡은 바베큐 냄새와 밥 짓는 연기로 진동했다. 여러 무리의 가족들은 하루종일 물놀이를 마치고 허기진 배를 맛있는 고기와 밥으로 채웠다. 선암계곡의 상선암과 중선암, 하선암은 59번 국도를 타고 드라이브 즐기기에도 좋다.

■'거북' 구담봉과 '대나무 싹' 옥순봉

	선암계곡 하류에 위치한 하선암.

단양 8경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마지막 2경인 구담봉(명승 제46호)과 옥순봉(명승 제48호). 해발 300m 정도의 바위봉인 구담봉은 거북을 닮았다고 해서, 옥순봉은 하얀 바위들이 대나무 싹처럼 힘차게 솟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옥순봉은 그 경관이 뛰어나 작은 금강이라는 뜻의 '소금강'이라고 불린다. 구담봉과 옥순봉을 구경하는 방법은 두 가지. 충주호 위에서 유람선을 타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구경할 수 있으며(왕복 1시간 정도이며 1만2000원), 등산을 해도 좋다. 단양과 제천 경계지점에 위치한 옥순봉과 구담봉 등산로 입구에서 1.4㎞ 정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옥순봉, 오른쪽은 구담봉으로 가는 길이다. 갈림길에서 0.6~0.9㎞ 더 올라가면 구담봉과 옥순봉에 다다를 수 있다.

유람선 말고 제천으로 넘어와 옥순대교에서 옥순봉을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옥순봉은 단양 8경뿐 아니라 제천 10경에도 포함된다. 오전부터 서두른다면 단양 8경을 하루 내 모두 돌아볼 수는 있지만 계곡에서 잠시 쉬어가면서 가족들과 함께 여유를 만끽하기에는 1박 2일 여정이 적당하다.


# 단양 가는 길과 묵을 곳

부산에서 단양 가는 시외버스는 매일 1회 오후 2시50분 노포동에서 출발한다. 6시간이 소요되며 요금은 2만2500원. 비교적 차편이 많은 제천을 경유해서 단양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6시간가량으로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버스편이 많이 없어 대중교통 이용은 조금 불편하다. 자동차로 갈 경우 부산에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면 된다. 4시간가량 소요.

숙박은 도담삼봉 관광지 인근에 숙박시설이 몰려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대명리조트단양(043-420-8312)이나 단양관광호텔 에델바이스(043-423-7070) 등 콘도와 관광호텔급 시설뿐 아니라 모텔도 많다. 숲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면 사인암과 하선암 인근에 위치한 소선암자연휴양림(043-422-7893)이 좋다. 숲 속 펜션시설은 6만~14만 원가량이며 예약은 필수다.

특산품인 마늘을 이용한 마늘솥밥과 민물고기인 쏘가리매운탕 등이 이곳의 대표 먹거리다. 마늘솥밥은 장다리식당(043-423-3960) 등이 유명하며 쏘가리매운탕 맛집은 도담삼봉 인근 시내인 별곡리에 즐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