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의 춘천 소양강 처녀상. '소양강 처녀'는 작사가 반야월이 만든 노랫말에 작곡가 이호가 곡을 붙여 만든 국민가요다. 소양강은 이 노래 덕분에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여름여행 하면 바다와 산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륙으로 향해봤다. 내륙으로 간 여름여행은 무덥고 갑갑할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의 여유로움이 있다. 여행객들로 발 디딜 곳조차 없는 산과 바다에 비해 오히려 느긋한 휴식과 소소한 볼거리들이 있었다.

부산에서 출발해 국토의 한 가운데를 횡단하는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내륙의 대표 관광지인 강원도 춘천과 충북 단양으로 떠났다. 춘천은 102보충대 등으로 남자들에겐 군대의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이고,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춘천가는 기차'라는 노래까지 나올 정도로 로망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단양은 자연이 그린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여름 내륙여행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 위압적 동상 노랫말 현대적 재해석한듯
- 물 여정길 소양강-의암호-중도로 이어져
- 중도, 고인돌 있는 선사시대 유적지이기도
- 신동면에 김유정생가·기념관 문학촌 조성

■소양강 처녀상

	춘천 신동면 증리에 복원된 김유정 생가.

'해 저문 소양강에/황혼이 지면/외로운 갈대밭에/슬피 우는 두견새야'.

노랫말처럼 저녁노을이 질 무렵 도착한 소양2교 부근 소양강 전망대에서는 유명한 가요 '소양강 처녀'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춘천 도심을 끼고 흐르는 소양강은 이 노래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작사가 반야월이 1968년 해 질 녘의 소양강을 보며 만들어낸 노랫말에 작곡가 이호가 곡을 붙여 국민가요가 된 것이다. 지금은 노래발상지를 기리는 동상인 소양강 처녀상이 서 있다.

2005년 세웠다는 이 동상은 족히 3m가 넘어 다소 위압적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동상 자체의 조형미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크고 강한, 위압적인 동상은 노랫말처럼 떠난 사랑을 기약없이 기다리며 '그리워서 애만 태우는' 연약한 여자가 아닌 강단진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소양강 처녀상은 이렇게 노랫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듯 하다.

	춘천 근교 수목원인 제이드가든 입구로 이탈리아 투스카니풍 건물이다.

노랫말의 영향 때문인지 소양강은 해 질 녘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뭉게구름 사이로 해가 지면서 비추는 낙조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 소양강 처녀상이 있는 소양2호교에서 공지천까지 3㎞는 호숫길을 따라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걸어도 되고, 자전거를 타고 가도 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호반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물과 함께 하는 춘천의 여정은 이곳 소양강에서 의암호, 중도로 이어진다.

■대표 휴양지 중도

공지천 인근 춘천베어스관광호텔 앞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5분 내 중도에 다다른다. 중도로 들어가는 배는 오전 9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있으며, 중도에서 나오는 배는 매 시간 5분과 35분 출발한다. 중도에서 나오는 마지막 배는 오후 6시. 평일 기준이다. 왕복 1인 6100원이며 자세한 사항은 전화(033-243-2805)로 문의하면 된다.

	강촌의 구곡폭포.

의암호에 떠 있는 섬인 중도는 춘천 시민의 대표 휴양지다. 펜션과 3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야영장이 있다. 족구장 배구장 축구장 등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어 단체여행지로도 인기다.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등 의암호수에서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중도 내에 조성된 길을 자전거로 이동하며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중도는 또한 선사시대 유적지이다. 신석기 시대 말기와 철기 시대 초기의 유물과 주거지가 발굴된 곳으로, 선사시대 북한강 유역에 형성된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고인돌과 돌무지무덤(적성총), 움집터 등이 이를 증명한다. 중도 선착장 인근에는 항일 어민을 기린 충혼탑도 설치돼 이곳이 가장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이었음을 드러낸다. 이 밖에도 여러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감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박물관(033-243-3112)이나 소양강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절인 청평사(북산면 청평리) 등은 도심의 인기 관광코스다.

■근교 볼거리 풍성

	구곡폭포 가는 길 돌탑이 세워진 계곡.

춘천 근교에도 관광지는 즐비하다. 우선 춘천과 수도권을 잇는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가는 길 자체가 놓쳐서는 안될 볼거리다. 험난한 산과 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북한강변은 드라이브 코스로 최적이다.

춘천 도심에서 경춘국도를 타고 서울 방향으로 20여 분 정도 가면 강촌이 나온다. 강촌은 강원도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생들이 MT 여행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최근 인근 가평 등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예전같지는 않지만 수많은 펜션과 민박시설이 그 명성을 전해준다. 강촌에는 구곡폭포가 있다. 아홉굽이를 돌아 떨어지는 폭포라고 해서 구곡폭포라 이름지어졌다. 봉화산(526m) 기슭 높이 50m의 폭포로, 평탄한 산책길을 따라가다보면 폭포의 장관에 이르게 된다. 입구에서부터 구곡폭포까지 거리는 1㎞ 정도여서 왕복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하며, 마지막 코스는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가야 한다. 폭포까지 올라가는 굽이굽이 계곡마다 탁족하고 나무그늘에 누운 피서객들로 가득하다.

춘천에서 남이섬 가는 방향에 대규모 수목원 제이드가든(www.jadegarden.kr)도 요즘 관광지로 뜨고 있다. 드라마 '너는 펫' '사랑비'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16만 ㎡ 부지에 2600여 종의 식물을 심어놓은 유럽 정원풍의 수목원이다. 입구 건물부터 유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탈리아 투스카니풍으로 지은 건축물이라고 한다. 수생식물원, 고산식물을 모은 온실, 영국·이탈리아식 정원 등 주제별로 다양한 수목원이 꾸며져 있다. 입구 레스토랑에서는 여기서 키운 유기농 채소로 만든 비빔밥 연잎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춘천 도심에서는 조금 떨어진 신동면 증리에 위치한 김유정 문학촌은 춘천이 낳은 문학가 김유정을 기리는 곳이다. 문학촌에는 기념관과 복원생가 등이 공원처럼 꾸며져 있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핍박받는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근대문학의 거장인 김유정의 문화적 업적을 기리는 곳으로 기념관 내에는 '봄·봄' '만부방' '안해' '소낙비' 등 그가 낸 책들과 글이 실린 신문기사 등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 옆에는 2002년 복원된 김유정 생가도 있다. 이 마을에 서는 기차역 이름도 김유정역이다.

■닭갈비의 도시

	춘천의 명물 닭갈비.

춘천 먹거리 하면 역시 닭갈비다. 닭갈비의 도시 답게 춘천 시내 곳곳에는 닭갈비집이 즐비하다. 닭갈비 음식점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명동 닭갈비골목. 춘천 번화가인 명동에 닭갈비집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시내 중심가여서 주차하기가 힘들고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다.

대학가인 강원대 부근에도 솔터닭갈비(033-241-7734), 우성닭갈비 석사동 애막골점(033-262-0043) 등 맛난 닭갈비집들이 많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가격은 싸면서도 맛은 좋다. 양념된 두툼하고 큼직한 닭갈비살을 양배추 고구마 깻잎 등과 함께 철판에 볶아먹어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돼지고기 쇠고기에 비해 저렴하고 짭쪼름한 맛이 술안주로는 그만이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고기를 다 먹고 배가 부르더라도 채소 김과 함께 볶아먹는 밥은 반드시 맛봐야 하는 메뉴다.

춘천닭갈비는 1960년대 한 음식점에서 돼지갈비를 구하지 못하자 닭을 돼지갈비처럼 만들어 판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그 맛이 인기를 끌자 닭갈비집이 크게 늘었고 급기야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는 것이다.

춘천막국수도 빠뜨릴 수 없다. '막'은 금방, 바로 누른이란 뜻으로 금방 만든 메밀국수를 뜻한다. 이 지역에서 예로부터 유명해서인지 막국수는 김유정 소설에서도 드러난다.

'금시로 날을 받아서 대례를 치렀다.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 보러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여 마시고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 주인은 즐거움에 너무 겨워서 추배(축배)를 흥건히 들었다. 여간 경사가 아니다. 뭇 사람을 삐집고 안팎으로 드나들며 분부하기에 손이 돌지 않는다. "얘 메누라! 국수 한 그릇 더 가져온" 어째 말이 좀 어색하구먼 다시 한번, "메누라, 얘야! 얼른 가져와"'. ('산골 나그네' 중)


# 춘천 가는 길과 묵을 곳

	수도권과 춘천을 잇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인 46번 경춘국도.

부산에서 춘천으로 가는 버스는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오전 7시30분부터 매일 11편 운행된다. 가격은 편도 2만7900원. 부산을 출발, 원주 횡성 홍천 등지를 거쳐 춘천에 도착한다. 자동차로 가면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면 된다. 도로비는 왕복 5만 원가량이다.

숙박 장소는 시내에 호텔이나 모텔이 많아 찾기 어렵지 않다. 전망 좋은 곳을 원한다면 의암호 부근의 라데나리조트(033-240-8000)나 춘천베어스관광호텔(033-256-2525) 등이 추천된다. 중도 내 야영장과 펜션시설은 온라인(www.gangwondotour.com/work)으로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다.

춘천 근교의 경우 홍천에 대명 비발디파크(1588-4888)가 대규모 숙박시설을 자랑한다. 여름에는 대규모 워터파크인 워터월드, 겨울에는 스키장을 운영하고 있어 콘도미니엄 시설이 매우 크다. 여기서 춘천 도심까지 자동차로 40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춘천 여정에서 레저여행도 함께 즐길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