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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세이 뷰-파인더] 호사도요

암컷의 '호사'…일처다부제에 육아도 수컷 담당

  • 국제신문
  • 백한기 기자 baekhk@kookje.co.kr
  •  |  입력 : 2011-12-22 18:54:01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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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개울가에서 먹이를 찾아 걸어 다니고 있는 호사도요 수컷.
부산 낙동강 둔치 주변 무논. 무언가를 발견한 깍도요새가 경계음을 내고 있다. 자기구역 가까이에 적이 나타났다는 신호인 것 같다. 자세히 살펴보니, 세계적으로 희귀한 철새인 천연기념물 449호 호사도요다.

   
보호색으로 미나리 속에서 은신중인 호사도요 수컷.
'호사도요'는 말 그대로 '호사스럽게 사는 도요새'다. '호사'의 주인공은 바로 암컷. 화려한 모양을 한 암컷은 한 계절에 보통 3~5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면서 교미 후 알을 낳고 나면 미련 없이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난다.

깍도요새에겐 괄시를 당하지만 사실 호사도요는 아주 귀한 손님이다. 우리나라에서 100년 넘게 관찰되지 않다가 지난 2000년 모습을 드러낸 신비한 새다. 보통 새들은 일반적으로 수컷의 깃털이 암컷보다 화려한데 호사도요는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이 더 화려하다. 반면 수컷의 외모는 수수하다. 깃털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보호색을 지녔는데 암수를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개울가 풀숲 사이의 호사도요 한 쌍.
도요새 중 깃털이 가장 화려한 호사도요는 몸길이는 약 24㎝ 정도이며 긴 부리는 아래로 약간 휘어져 있다. 붉은 갈색을 띠며 끝이 검은색이다. 수컷은 눈 주위가 노란색이며 머리 위와 윗목은 갈색, 등 쪽은 회갈색에 가느다란 가로 줄이 있다. 암컷은 날개와 허리, 꼬리가 수컷과 비슷하나 수컷보다 색이 약간 짙고 몸이 좀 더 크다.

호사도요는 위장의 천재다. 주변과 비슷한 위장색으로 인해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쉬우나 뒤로 찢어진 과장된 눈가의 흰 반점과 등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굵은 흰 테가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논, 물가의 풀숲, 연못 등의 물가 숲 등에서 서식하며 소택지나 논가의 풀숲에 벼 포기를 모아 접시모양의 둥우리를 만든다. 주로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일본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호사도요 수컷이 둑길에서 난 인기척에 놀라 경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분위기를 잡던 암컷이 그만 배설을 하고 만다. 수컷은 날개를 펴서 과시 행동을 보이지만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암컷은 본격적인 구애 작전을 펼친다. 조금씩 반응을 보이던 수컷이 결국 암컷에게 다가간다. 짝짓기 후 부리를 맞대는 것은 녀석들의 통과의례다. 이렇게 짝짓기가 끝난 호사도요 한 쌍이 헤어질 날도 멀지 않다.

호사도요 암컷은 알을 낳기만 하면 미련 없이 다른 수컷을 찾아 나선다. 둥지를 지키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수컷이다. 홀로 알을 품은 호사도요 수컷은 자신이 먹이를 먹는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는 둥지의 안전이 걱정이다. 수컷은 경계심이 유달리 강하다. 그래서 호사도요는 다른 새들의 둥지 근처에 번식을 한다. 천적이 오게 되면 다른 새들의 경계수위가 높아지고 집단방어가 시작된다. 결국 다른 새들 덕분에 호사도요는 알을 지킬 수 있다. 혼자 남아 알을 품고 새끼들을 키우는 수컷의 지극한 자식 사랑, 일반적인 새들의 생태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호사도요의 신비다.

   
호사도요 한 쌍이 개울가에서 몸을 감추고 있다.
호사도요의 번식구조는 일처다부제다. 한 마리 암컷이 수컷 3~5마리까지 거느린다고 한다. 일처다부제의 종은 암수의 성 역할이 뒤바뀐다. 흔히 다른 종들은 수컷이 구애를 하지만 이놈들은 암컷이 사랑을 구애하며 교미 후 암컷은 수컷이 만든 둥지에 알을 낳아주고 떠난다.

호사도요는 우리나라에서 1887년 9월 처음으로 암컷 한 마리가 발견된 이래 근래에는 2000년 서산 천수만에서 호사도요가 번식하고 있는 것이 최초로 확인됐다. 이후 2006년에는 부산 낙동강 둔치에서, 2010년에는 전북 고창에서 발견됐다.

취재 협조=조류사진가 류병택 박용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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