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으로 아동책 구매·전달 예정

최근 불황의 여파로 연말연시 불우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이 줄고 있는 가운데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쓸모가 적은 헌책을 활용해 이색 나눔을 실천해 그 의미가 퍼지고 있다.

이사벨고 특별실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가져온 헌책을 팔고 있다.

부산 이사벨고는 최근 이 학교 학생들이 진행한 바자회 수익금으로 동화책을 구매해 인근 보육원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이 학교 국어 동아리 회원들은 교내 특별실에서 헌책을 파는 바자를 열었다. 이날 학급 학생들은 평소 잘 보지 않는 문제집 등 헌책을 모아서 행사장에 가져왔으며, 각 책들은 권당 1000원 이하에 팔렸다.

이번 행사는 지식자원 나눔 운동의 차원에서 기획됐다는 게 동아리 측의 설명이다. 수년간 책장 구석에 꽂아둔 채 방치해온 책이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지면 재미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 내내 학생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짬을 내 특별실을 오가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골랐으며, 일부 학생들은 과자와 음료수를 싼 가격에 팔아 행사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또 행사 말미에는 2학년에 재학 중인 이화수 학생이 팔고 남은 책 20여 권을 사서 1학년 후배 여자반에 기증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날 책을 기증받은 반에는 즉석으로 '이화수 도서'라는 명칭의 학급 도서 코너가 생겼다.

이렇게 학생들이 헌책을 사고팔아 하루 만에 모은 돈은 20만 원가량으로, 전액 보육원에 기부할 아동용 도서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기부할 책과 아닌 것을 골라내면서 집안에 잠들어 있던 책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국어 동아리장으로서 바자 진행을 도운 이유림 학생은 "보든 안 보든 내 책을 남에게 염가에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바자를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전해졌을 때 비로소 물건이 진가를 발휘한다는 나눔의 의미를 배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곽율영 학생기자 이사벨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