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시스템 역학 등 5개 융복합
- 기후변화·엘니뇨 대응방안 주도
- 국내학자 모델링 분야 역량 제고

- 이산화탄소 유입 바다 산성화
- 생태계 보호대책 체계적 연구
- 도시계획 해수면 상승 고려 주문

부산대는 지난해 1월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 가운데 하나인 ‘IBS 기후물리 연구단(IBS Center for Climate Physics·ICCP)’을 지방 국립대 가운데 처음 유치(본지 지난해 1월 5일 자 2면 보도)했다. 이 연구단은 개원 1년을 맞아 적지 않은 연구 성과를 내며 지구시스템과학 분야 연구를 선도하는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부산대 ‘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이 지난달 31일 연구단 입구에 새겨진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고 중 비 내리는 구름은 대기권, 물결은 수권, 은행잎은 생물권, 눈 결정은 빙권, 사람 발자국은 인간생활권을 각각 상징한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지난해 11월 27일~12월 1일 부산에서 세계적 석학을 포함해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IBS 기후변화 및 인류이동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콘퍼런스는 기후 변화에 따른 인류 이동의 다각적인 측면을 논의하고, 기후예측을 활용한 대응방안을 모색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과거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과거 및 현재 해수면 상승과 인류 이동, 기후와 식량 안보, 기후정의 등의 주제를 심도있게 다뤘다.

연구단은 또 지난해 10월 국내외 학자 40여 명을 초청해 ‘엘니뇨 복잡성 워크숍’을 열어 엘니뇨가 매번 이전에 발생한 것과 달라지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했다.

국제신문은 지난달 31일 부산대 석좌교수로 IBS 기후물리 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악셀 팀머만(48) 단장을 만나 지난해 연구 성과와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들어봤다. 팀머만 단장은 ‘네이처’에 출판된 6편의 논문을 비롯해 그동안 140여 편의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는 세계적인 기후물리학자다. 부산대에 오기 전에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학연구소 연구원, 독일 킬대학 해양과학연구소 연구원, 미국 하와이대 교수 등을 지냈다.

■기후 5개 영역 융합 연구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서로 다른 기후 요소를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단은 ▷지구시스템 역학(기후역학) ▷수문 기후 ▷고기후학 ▷지구시스템 예측(기후모델링 및 예측성) ▷인간-기후 상호작용 등 5개 연구그룹을 구성해 다학제적 통합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다섯 가지 연구 방향은 연구단 로고에 새겨져 있다. 카메라 조리개를 닮은 로고 중앙에는 연구단 약어인 ICCP가 있고 5개 영역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비 내리는 구름, 물결, 은행잎, 눈 결정, 사람 발자국이 ICCP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다. 각각 대기권, 수권, 생물권, 빙권, 인간생활권을 뜻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사람 발자국만 빨간색이고 나머지는 자연적 요소로 대비된다.

팀머만 단장은 “로고는 기후변화 문제에 총체적 접근을 추구하는 우리 연구단의 철학, 정체성, 목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팀머만 단장은 “한국 과학자들은 본인의 학문 분야를 넘어 다른 연구 분야와 소통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세계적 추세에 맞는 융복합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한국 기후과학계는 기후 이론이나 통계 분야에 강세를 보이지만 최첨단 연구 수행을 위한 슈퍼 컴퓨팅 지원이 부족하고 기후 모델링 분야에서 자체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 자리 잡은 APEC 기후센터, 지난해 12월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등 유관 기관과 협력연구를 진행한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슈퍼컴퓨터 도입

연구단은 1초에 1000조 번 연산 능력이 있는 슈퍼컴퓨터를 올해 대전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에 설치할 예정이다. 슈퍼컴퓨터는 연구단의 기후연구 수행에 주요한 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에서 세 번째로 빠른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면 지구 온난화 단계별로 남극 빙상 크기 변화, 해수면 상승 등을 심층적으로 파악해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남극 빙상, 해수면 상승 변수

기후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배출하면 2100년까지 전 세계 기온이 4도가량 상승하고, 해수면은 1ｍ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남극 빙상 변화가 해수면 상승의 와일드카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극 빙상이 지구 온난화로 녹아서 불안정해진다는 변수를 모델 시뮬레이션에 반영하면 해수면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해수면이 2ｍ 상승한다면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들, 방글라데시나, 미국 동부 해안, 한국 저지대 해안은 상당 부분 침식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극 빙상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가 기후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라며 “한국도 이제는 해안지역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장기적으로 해수면 상승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식량자원 감소시키는 해양 산성화

이산화탄소 배출은 해양 산성화를 일으켜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유입돼 해수의 산도가 증가하면 산호, 굴, 조개 같은 해양 생물이 타격을 입게 된다”며 “해양 산성화는 한국의 주요 식량 자원인 해산물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문제여서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이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해양 산성화 문제에 정통한 지구화학자를 채용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