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트기류 고려 연료비 절감하고
- 기상예측해 곡물 저렴하게 구입
- 업계, ‘날씨경영’ 도입 잇따라

날씨를 알면 돈이 보인다. GS25 편의점은 날씨에 민감해 상하기 쉬운 햄버거, 샌드위치, 주먹밥, 김밥 폐기율이 35%에 달했으나 날씨정보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 12%로 떨어졌다. 덕분에 이들 상품 매출은 2008년 216억 원에서 2012년 1391억 원으로 6.4배나 급증했다. 날씨경영은 이처럼 과거 판매량과 기온(기후) 사이의 관계를 파악한 뒤 기상예보를 활용해 날씨를 예측해 재고 증가 같은 위험요소를 줄이는 경영 기법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위협이 커지면서 날씨경영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APEC 기후센터가 지난 1일 오후 2시 2층 부산 해운대구 우동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2017년 기후경영포럼’에서는 기업들이 도입 중인 다양한 날씨경영 기법이 소개됐다.
에어부산은 겨울철 상층풍에 관한 항공기상 정보를 활용해 경제적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겨울철 부산~세부 구간을 운항할 때 발생하는 제트기류를 고려해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쪽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새 항로는 종전 항로와 비교해 비행시간이 25분가량 단축돼 연료비가 1회 운항에 83만 원가량 줄었다.

CJ제일제당은 연간 1조8000억 원 규모의 원당, 옥수수, 대두, 원맥 같은 곡물을 구매하고 있다. 곡물 가격은 곡물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기상요인, 투기자본 유입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곡물 가격이 1%만 변해도 180억 원의 손익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CJ제일제당은 해수 온도 변화, 대기 흐름, 식생지수를 분석하고 3~4개월 후 지역별·곡물 종류별 기상 영향을 예측한 뒤 선물·옵션 또는 선도·장기계약을 통해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다.

LG전자는 국가별 장기·단기 기후 정보를 활용하고 인도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몬순 시작 및 종료까지 예측해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에어컨 사업은 계절상 사업으로 연도별 수요 변화가 크고 1년 안에서도 성수기에 판매가 집중돼 수요 예측은 물론 재고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해 온도뿐 아니라 습도, 불쾌지수, 장마, 태풍, 열대야도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7~8월 장마 전에 수요가 가장 많고, 베트남 하노이는 6월 우기 전에 수요가 최대치다.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날씨경영 우수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기상정보 융복합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기상 예측이 빗나갈 경우 생기는 모든 책임을 해당 기업이 져야 한다. 기상보험 등 불확실한 날씨 예측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