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선 빼앗겨 학습 집중력 저하
- 쓰레기도 아무데나 버려 골치

무료로 운영되는 지역의 공부방이 학생들의 무분별한 이용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책상이 낙서로 뒤범벅이 되는가 하면 시설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지는 일이 빈번해 보수 등의 시설 관리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부산 동래구 복산동주민센터 공부방의 책상에 낙서가 한가득이다.

지난 5일 부산 동래구 복산동 주민센터 3층에 위치한 청소년 공부방. 이곳은 연휴나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항상 주민에게 개방돼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운영된다. 무료인 데다 겨울과 여름에는 히터와 에어컨이 상시 가동돼 88석의 공부방은 늘 붐비는 편이다. 특히 인근 학교의 시험기간에는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

하지만 최근 공부방의 책상에 낙서가 늘면서 이용객의 불만이 늘고 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88석의 좌석 모든 곳에 낙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낙서의 내용을 보면 선정적인 글이나 그림이 대부분이며, 일부는 누군가를 비방하는 듯한 글귀도 더러 눈에 띄었다. 문제는 낙서로 인한 학습권의 피해다. 용인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강민서 군은 “낙서에 시선이 빼앗겨서 집중이 안될 때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공부방과 도서관 관리를 맡고 있는 문미애 씨는 “책상에 낙서가 많아서 문제라는 생각을 했지만 학생들이 학습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피해가 있는 줄은 몰랐다. 가끔씩 낙서를 지워달라는 학생들의 항의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3년 전까지는 공부방을 위탁 운영하는 새마을문고에서 1년에 한 차례 책상에 페인트나 니스를 칠해 낙서를 지웠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다시 낙서가 생기는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자 문고 측에서도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이다. 대안으로 순차적으로 낙서가 잘 안 써지는 재질의 책상으로 전체 공부방 책상을 바꾸자는 제기됐지만, 예산이 부족해 쉽지가 않다는 게 문고 측의 설명이다.

또 책상 위에 수시로 버려지는 쓰레기도 공부방의 오랜 골치거리 중 하나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나서 자리를 떠날 때 자신의 쓰레기를 책상에 두기 때문이다. 일부는 학생들은 화장실 변기에 휴지나 쓰레기를 버려서 해당 시설이 막히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더럽혀지고 망가진 시설물을 청소하고 보수하는 일은 순전히 공부방 근무자의 몫이다. 문 씨는 “어려움을 덜기 위해서 화장실 변기에 휴지를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글이 적힌 쪽지를 화장실 벽에 붙여놨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공부방의 쓰레기 문제 역시 해결을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서관 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기도 한다. 근무자들이 공부방 곳곳을 돌며 이용 행태를 살피는 자정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이용이 많지 않은 공부방의 부속시설인 도서관의 홍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무료로 6000여 권의 책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주민의 이용은 많지 않다. 하루에 두세 명 정도가 찾아오는 것이 전부다. 또 대출용 컴퓨터 역시 오래돼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등 문제가 있지만, 공부방 내 다른 시설과 마찬가지로 교체가 안 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배승준 학생기자 경남고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