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에게 꿈을 향한 도전 강조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극지 꿈나무를 키우기 위한 강연이 열렸다. 이날 학생들은 극지 전문가로부터 생생한 체험담을 듣고 남극 기지 대원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미지의 영역에 대해 꿈을 키울 계기를 가졌다.

지난 20일 부산 서여고 서향관에서 이동화 극지해양미래포럼 이사가 ‘신대륙 남극’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신대륙 남극’ 강의가 열린 부산 서여고 서향관. 이날 이동화 남경엔지니어링토건 대표는 학생들에게 “2048년까지 주인이 없는 남극은 기회의 땅”이라며 “앞으로 남극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1, 2학년 학생 309명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수업은 교육 공무원 연수를 통해 이 대표의 강연을 들은 강미경 과학 교사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 대표는 1985년 우리나라 최초의 극지탐사대원으로 남극 대륙을 밟았다. 그는 세종과학기지에서 1년간 월동하고 장보고과학기지 건설에 참여한 극지전문가다. 현재 ㈔극지해양미래포럼의 이사로서 국내 청소년과 교사를 대상으로 33년째 극지 강연을 하고 있다.

■제약·뷰티 등 다양한 극지 직업

강연에 앞서 학생들은 과학시간에 만든 펭귄송과 남극송에 맞춰 자작 춤을 추며 남극 기지의 대원들을 응원했다. 이어 이 대표는 학생들에게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남극에서 비커에 석 달가량 키운 오이를 13조각으로 나눠 대원들과 먹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지금은 남극기지 내 수경재배 시설에서 기른 채소로 대원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삼겹살 파티를 한다. 고기를 먹은 뒤 삽으로 판 남극 빙하에 팥과 과일 통조림을 넣고 먹는 빙수는 별미”라고 전했다. 또 이 대표는 학생들에게 “남극은 중국과 인도를 합친 정도의 큰 대륙이다. 광활한 영역만큼 여러분이 할 일이 많다. 채취하지 않은 석유 석탄 등 지하자원도 어마어마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는 “남극에서 다양한 직업이 창출될 수 있다. 극지 의학, 제약, 법, 물류 등의 분야 뿐 아니라 극지에서 입을 수 있는 가볍고 질긴 의류, 칼로리가 높지만 월동에 부담이 적은 요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할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의 도중 한 여학생이 “뷰티를 전공하고 싶은데 극지와 어떤 관련성이 있냐”고 질문을 하자 그는 “스키장처럼 남극에서도 얼굴이 탄다. 남극 대원의 피부 관리법을 공부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원과 통화로 극지 간접 체험

학생들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의 임동한 월동연구대장, 세종과학기지의 의료 담당 대원과 휴대전화 통화를 할 기회도 가졌다. “아프면 어떻게 하나요? 무슨 연구를 하시나요? 쉬실 때 뭘 하며 여가를 보내세요? 여자도 남극에 갈 수 있나요?….” 학생들이 궁금한 것을 묻느라 질문이 쇄도했다.

처음에는 화상통화를 시도했으나 남극 내 기상이 좋지 않아 학생들은 음성 통화로 만족해야 했다. 과거에는 기지 내 직원들이 한국의 가족들과 연락을 하려면 인공위성을 열어 하루 3분만 전화통화가 가능했으나 요즘은 국내 요금으로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강연을 마치고 학생들은 이 대표가 가져 온 남극의 돌을 만져보는 시간을 갖고, 남극 기지 대원들에게 보낼 위문 엽서를 썼다. 알록달록 꾸민 엽서에는 ‘극한의 추위와 싸우며 우리나라의 과학 발전을 위해 애써주신 것에 감사 드린다’, ‘남극 기지 최초로 장시간 체류한 여성 대원이 되겠다’ 등의 메시지가 담겼다. 전체 300여 통의 엽서 중 1학년 정수빈 학생의 엽서가 가장 잘 된 작품으로 선정돼 1985년 남극 기지 소인이 찍힌 엽서를 상으로 받았다. 학생들이 쓴 엽서는 극지연구소를 통해 남극기지에 전달된다.

이 대표는 “나는 남극을 개척한 탐험 세대고, 현 대원들은 후대를 위한 연구 세대다. 청소년들은 그런 남극을 개발할 잠재 인력이다. 강의가 극지 전문 인력 창출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효성 서여고 교장은 “학생들이 진로 선택을 할 때 극지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최은기 학생기자 덕문여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