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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기계, 대결 아닌 공생 생태계 고민해야"

동아대·부산과기협 공동 주최, '인문학·과학 서로 탐하다' 강연

  • 국제신문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7-07-13 18:44:2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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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맞아 IoT·AI 등장
- 노동 대체 일자리 감소 공포 속
- 열등·우열 비교보다 차이점 인정
- 새로운 창조 반려자로 인식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이 등장해 인간의 삶이 편리해지고 있다. 이런 기술적 대상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노동소외가 발생하고 기계의 인간지배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면 인간은 기술적 대상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할까? 지난 11일 오후 7시 동아대 부민캠퍼스 법학전문대학원 1층 김관음행홀에서 동아대 인문역량강화사업단과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대중강연 '인문학·과학, 서로를 탐하다' 세 번째 시간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인간 지성'을 주제로 펼쳐졌다. 부산발전연구원 배수현 연구위원이 '사물인터넷 시대의 의미',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 김재희 교수가 '인간과 기술적 대상의 관계'를 각각 강연한 뒤 필로아트랩 이지훈 대표(철학박사)의 사회로 청중과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의미(배수현)

1차 디지털 혁명은 1980년대 말 PC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모바일 인터넷으로 확장됐다. 2차 디지털 혁명을 주도할 사물인터넷은 능동형 인터넷 연결망으로 모든 사물과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로 진화하고 있다. 시스코는 2020년이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가 500억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는 2014년 7월 BDI 포커스 257호 '사물인터넷 시대 도래와 부산의 대응' 보고서를 통해 부산은 사물인터넷 관련 제조업 중 반도체 기업이 미흡하지만 센서 및 모듈 분야는 지역기업 중심으로 육성이 가능하고, 사물인터넷 서비스는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오픈 플랫폼 시장 외에 항만물류 등 부산형 플랫폼·솔루션 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물인터넷은 센서, AI, 빅데이터가 융합돼 원격의료처럼 종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스마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인간 삶의 패턴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기술 변화가 학교 교육보다 빨라 대학에서 배운 하나의 전공만으로 평생 먹고 살기 어려울 것 같다. 기계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면 일자리 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평생직업이 사라지는 만큼 인문사회적 소양(文)과 자연과학적 소양(理)을 두루 갖춘 통섭형 인재가 사물인터넷 기반의 신산업혁명을 선도할 전망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 사람·사회·문화를 이해해야 인간에게 유익한 기술적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기술 대상의 관계(김재희)

   
필로아트랩 이지훈 대표, 부산발전연구원 배수현 연구위원, 이화여대 김재희(왼쪽부터) 교수가 학생의 질문을 듣고 있다.
1차 산업혁명부터 시작해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인간의 신체 능력을 대체한 1차 기계혁명과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한 2차 기계혁명으로 나눌 수 있다. AI 바둑기사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을 잇달아 꺾으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AI는 주어진 일에 특화된 약인공지능(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과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며 움직이는 강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도서사이트 아마존이 2014년 출시한 AI 비서 '알렉사(Alexa)'가 약인공지능의 예다. 알렉사는 사물인터넷 기기 '에코'를 장착해 인간이 "알렉사, 피자 한 판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실제 피자를 주문해준다. 문제는 알렉사가 주문하는 피자는 아마존과 연계된 특정 업체 제품이라는 점이다. 기계의 힘으로 물류를 넘어 주문과 배송, 오프라인 매장 영역까지 무한 확장하며 건설 중인 '아마존의 노동 없는 기계제국'을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머지않아 강인공지능이 출현하면 인공지능은 인간지능과 같아지지 않을까. 인간의 뇌는 기계와 달리 몸과 분리될 수 없고 신체에 기반을 둔 인지와 정서의 융합적 산물로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이 특징이다. 의식적 사고보다 언어·코드화할 수 없는 무의식적 사고가 더 중요하다. 인간의 특성과 잠재력에 주목해 컴퓨터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사람과 기계의 관계를 조화롭게 조정하자는 얘기다. 프랑스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은 저서 '기술적 대상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에서 "인간이 기술적 대상보다 열등하거나 우월하지 않다"며 인간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기술과 상호협력적으로 공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몽동은 인간이 기술을 창조했으나 기술이 자체적으로 진화·발전하므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생존 중심의 노동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창조적 기술 활동 속에서 인간과 기술적 대상이 공존하는 관계를 맺어야 한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에게 생활·업무 기능을 넘어 유희·창조의 반려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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