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사 방지대책 실효성 적어
- 국회서 암표방지 법안 발의도

인기 아이돌 가수의 공연 티켓을 구하려고 애쓰는 청소들의 '팬심(Fan心)을 악용한 불법 상술이 온라인에서 성행하고 있다. 티켓 거래 사이트를 통해 고가의 암표가 성행하면서 급기야 해당 가수의 소속사에서는 관련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12일 취재진이 청소년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국내 X베이 온라인 티켓 거래 사이트를 확인했다. 이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티켓 판매 글에 '표를 구매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을 올리니 '제시해주세요'라는 답장이 돌아왔다. 표 구매 의사를 밝혀온 이들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이와 거래를 하려는 신종 암표 거래 방식이다.

취재진과 함께 표 구매를 시도한 여고생은 원가가 6만5000원인 공연 티켓을 12만 원까지 가격을 올려 구매하려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남성 그룹 가수의 공연 티켓일 경우 선호가 많아 비싼 가격에 팔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이 학생의 설명이다. 이런 식의 거래가 성행하는 온라인 공간은 X베이 외에도 X장터, X나라 등 다양하다. 암표 거래를 경험한 박모(18) 양은 "티켓팅을 하지 못해 SNS와 X장터에서 표를 구해봤다. 수 차례 시도할 때마다 상인들의 '제시해주세요'라는 멘트는 빠지지 않았다. 결국 50만 원의 거금을 주고 표를 구매했다"고 고백했다.

일부 학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 표 발매 날짜가 나오면 아예 처음부터 암표 구매 비용을 마련하려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황모(17) 양은 "처음에는 원가보다 더 나가는 금액이 아까웠다. 지금은 표를 구하기 위해 원가보다 5배 이상의 돈을 모아두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며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부담된다. 팬들의 간절한 마음이 상행위에 악용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자 SM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달 27, 28일 개최된 가수 엑소의 콘서트 때 온라인 구매한 표의 배송지 변경을 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암표 판매자들은 표를 배송받아 실제 구매자에게 재배송하는 방법으로 불법 거래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아이돌 그룹 팬들이 제보 받은 암표 정보를 표 판매 업체에 보내 해당 표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또 몇몇 아이돌 소속사는 일부 유료 팬클럽 회원만을 대상으로 티켓 선예매를 할 수 있게 조치하는 등 암표 근절 노력이 한창이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암표상 때문에 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커질 뿐 아니라 학생들의 경제 관념도 무너지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지적되면서 암표가 팔린 공연을 한 가수의 이미지도 나빠질까 우려된다"고 고충을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티켓 싹쓸이 암표 처벌안이 지난 3월 국회에서 발의됐다. 공정한 공연시장 질서가 자리잡힐 수 있게 우리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원 학생기자 다대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