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일수록 교통사고 위험 커져
- 서울시는 '스몸비' 주의 표지판
- 각국 전용 보행로·벌금 등 대책

스마트폰이 도로 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걷는 사람, 이른바 '스몸비(smombie)' 때문이다. 스몸비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주변의 마주 오는 보행자나 차량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걷는 사람을 말한다. 그 모습이 마치 공포영화의 좀비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저장성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귀가하던 주부가 연못을 미처 보지 못해 빠지면서 익사했다. 독일 바이에른주에서는 열차신호제어 담당자가 휴대전화 게임에 정신이 팔려 기차 사고가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다. 전 세계적으로 스몸비로 인한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나라마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위험성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보행자 13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3%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보행자가 소리로 인지하는 거리가 평소보다 40~50% 줄어들고, 시야 폭은 56% 감소했다. 전방 주시율도 15% 떨어져 사고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날 뻔한 '아차 사고'도 응답자의 22%가 경험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은 실제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현대해상의 고객사고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스마트폰과 관련된 차량 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지난해 1360건으로 4년 새 2.2배 증가했다.

초등학생일수록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소가 초등학생 1533명과 학부모 1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초등학생 55%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가진 초등학생 26.1%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경험(아차 사고)은 31.4%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보다 8.3%포인트 높았다.

연구소는 스마트폰 사용 정도와 아차 사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중독성이 높은 그룹(38.9%)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그룹(9.4%)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사용 땐 인지거리 줄어

교통안전공단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확인하려고 자전거 경음기(77㏈)를 이용한 인지거리 실험을 했다. 보행자가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리를 듣고 인지하는 거리는 통상 14.4m. 보행자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할 때 7.2m로, 음악 감상을 할 때는 5.5m로 각각 줄어들었다.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50대 이상 고령자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인지거리가 평소보다 80%가량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각국의 스몸비 대책

국민안전처는 민간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중독방지 애플리케이션 활용을 적극 권고하고 있고, 교통사고 통계에 '휴대전화 사용 중' 보행자 사고 항목을 추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시청 앞 등 5곳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 표지판과 보도부착물을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국민안전처 최규봉 생활안전정책관은 "이들 시설물의 효과가 입증되면 경찰청과 협의를 거쳐 정식 교통안전시설로 지정해 전국으로 보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시 거리 곳곳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금지' 표지판이 설치됐고 중국 충칭시, 벨기에 앤트워프시, 태국 방콕 카셋삿대학에는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전용 보행로가 생겼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다가 다른 보행자와 부딪히지 않도록 스마트폰 이용자 전용 보행로를 일반 보행로와 구분해 별도로 만들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는 '스마트폰 사용자용 신호등'이 기차역 철길 건널목 바닥에 설치됐다.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선로 진입을 막으려고 바닥에 빨간 불빛의 LED를 삽입했다. 미국 뉴저지주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벌금 85달러를 물도록 법제화했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