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선 아마존·구글 시장 주도 속
- 하만카돈·애플 합류 땐 불꽃경쟁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나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NUGU)의 TV 광고 속 카피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이 제품은 '나홀로족'을 주로 겨냥한 국내 최초의 AI 스피커다. 출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7개월간 10만 대 넘게 판매됐다. IT 업계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과 맞물려 국내외 AI 스피커 시장이 파이를 더욱 넓혀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이동통신사에 이어 인터넷·포털업체들이 AI 스피커 개발에 뛰어들었고, 해외에서도 글로벌 오디오 업체인 하만카돈과 애플 등이 관련 신제품을 조만간 출시한다.

홍보모델들이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누구'를 소개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네이버·카카오도 AI 스피커 출시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올해 1월 '기가 지니' 출시), LG유플러스(연내 출시 예정)뿐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가 올해 AI 스피커를 정식 출시한다.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해 온 관련 시장의 경쟁 구도가 5파전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우선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과 함께 AI 기술이 적용된 스피커 '웨이브'(WAVE)를 개발해 올해 여름께 판매할 예정이다. 이 제품이 출시되면 네이버와 라인의 오감(五感) 인식 AI 플랫폼 '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첫 번째 하드웨어 기기가 된다.

홍보모델들이 KT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기가지니'의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KT 제공

앞서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지난달 27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검색 서비스뿐만 이나라 다른 영역에서도 AI와 관련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며 하드웨어 신제품의 출시 계획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웨이브 생산은 외부 협력사가 맡는다. 네이버는 디자인·기획·브랜드 운영 등 핵심 작업을 주도한다. 라인이 해당 제품을 일본 시장에 먼저 선보이고, 그 이후 네이버가 한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네이버의 경쟁사인 카카오도 올해 안에 AI 스피커를 출시한다. 카카오는 음원, 동영상, 뉴스 추천, 음성 검색 등 자사의 핵심 서비스를 이 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웨이브처럼 개발과 디자인 등은 카카오가, 하드웨어 생산은 협력사가 맡는다. 카카오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AI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구현한 첫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치열한 경쟁 예고

세계적 오디오 업체 하만카돈이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 스피커 '인보크' 연합뉴스

해외에서도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인수한 '하만카돈'은 지난 8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MS)의 AI 기술인 '코타나'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스피커 '인보크'를 미국에서 공개했다.

원통 모양의 이 기기는 360도 방향으로 사운드를 내보낸다.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음악 재생이나 일정 관리, 교통 정보 확인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제어할 수 있다. MS의 인터넷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정식 출시 시기는 올해 가을께로 예상된다. 애플 역시 자사의 음성인식 AI 기기인 '시리'를 탑재한 스피커를 올해 여름 선보인다.

하만카돈의 '인보크'

이미 해외에서는 AI 스피커의 원조 격인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의 '구글홈' 등이 관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은 에코와 구글홈이 각각 70.6%(1위)와 23.8%(2위)를 기록 중이다. 하만카돈과 애플이 관련 기기를 정식 출시할 경우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에서는 국내외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인보크가 나오면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 스피커 시장 규모는 2020년 21억 달러(2조49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5년 3억6000만 달러(4273억 원)와 비교해 6배나 큰 규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자료=각 사 제공

◇ 국내외 주요 인공지능 스피커 제조사 명칭 가격 출시일 특징 언어 SK텔레콤 누구 14만9000원 2016년 9월 멜론 음악서비스, 11번가 쇼핑 한국어 KT 기가지니 29만9000원 2017년 1월 홈카메라, 카카오 택시 한국어 하만카돈 인보크 미정 2017년 하반기 MS 인터넷전화, 스카이프 연동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