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과목 배울 수 있지만
- 학습 부담 우려 목소리도
- "구체적인 정책 안내 필요"

내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문·이과 통합이 시행된다. 문·이과 통합이 되면 고등학교 1학년 때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통합과학, 통합사회, 과학실험탐구 등 7과목을 공통으로 배우게 된다. 해당 학생들은 2학년이 되면 일반 선택과 진로 선택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선택 과목을 정해야 한다. 만약 진로 선택을 할 경우 최소 3개 과목을 택해야 한다. 이렇게 대략적인 새 제도의 진행 방식이 알려져 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과 관련해서 학생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본지 취재진은 24일 정부의 문·이과 통합 정책과 관련해 현직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질문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자리는 낙동고 박해진 교사가 학부모,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교육 과정이 바뀌게 되면 학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게 되나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게 되죠. 학생 활동 중심의 수업이 되도록 수업 방식을 바꿔야 해요. 평가하는 방식도 과정을 중심으로 바뀌어서 지필고사보다는 수행평가 비중이 늘어날 겁니다.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대입에 실패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수능 커리큘럼이 정해지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수능은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을 보기 때문에, 자신이 공부한 과목을 선택한다면 크게 혼란은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고1이나 중3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선생님들도 그 질문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답을 찾으면서 수업 방식도 바꿔나갈 것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이어진 토론 시간에는 문·이과 통합에 대한 다양한 찬반 의견이 나왔다. 화명중 1학년 이준혁 군의 어머니는 "문·이과는 탐구영역과 수학에서 차이가 난다. 현재 문과는 사회탐구, 이과는 과학탐구로 나누어 수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 통합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 교과 수업이 진행될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진로가 선택되지 않은 채 문·이과에서 공부하다가 다른 과로 전향을 하면 혼란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화명고 1학년 김연정 양은 "사실 미적분을 학교에서 배우지 않으면 사회에서는 아예 접할 기회가 없다. 그리고 이과로 간 학생들 중에 사회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특정 과목만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 보다는 두루두루 아는 것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내년에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학생과 그 학부모들은 문·이과 통합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화명중 3학년 김진아 양은 "모든 과목을 다 잘 해야 하기 때문에 문·이과 통합이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이은아 씨는 "통합을 하는 취지는 좋다. 대학 원서를 쓸 때 문·이과 상관 없이 쓸 수 있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면서도 "교육 당국이 교과만 정해놓고 수능이나 전공별 선택 과목을 정확하게 정하지 않아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그에 걸맞는 제대로 된 교육 방향을 제시해주지 못하면 통합의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교사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교과 수업에 열심히 즐겁게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은데, 선생님이 바뀌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준혁 학생기자 낙동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