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서 뽑기비법 게시물 인기
- 사행성·과소비 등 조장 우려도

과거 인기를 끌었던 인형 뽑기가 또다시 청소년을 중심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저렴한 비용 덕분에 청소년의 또 다른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중독성과 사행성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6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인근 한 인형 뽑기 방에서 중·고생들의 인형 뽑기가 한창이다.

6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대 인근의 한 인형 뽑기 방. 인형 뽑기 기계로 가득 차 있는 이곳에 수업을 마친 중·고생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이날 4, 5개의 인형을 뽑아 손에 쥔 한 학생은 "시중에 판매되는 인형 가격보다 게임에 참여하는 비용이 저렴한 데다 목표한 인형을 뽑았다는 만족감이 요즘 학생들이 이곳에 열광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형 뽑기 게임을 한 차례 하는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000원. 일반적으로 인형 1개를 구매하는데 그보다 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게임 참가자의 입장에서는 인형 1개만 얻어도 비용을 보전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청소년의 인형 뽑기 열풍은 관련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문화를 낳기도 했다. 자신이 뽑은 인형을 일렬로 세워놓고 SNS에 과시하듯 사진을 올리는 학생들이 나타난 것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인형 뽑기 비법을 소개하는 글·사진을 올리거나 인형을 뽑는 동영상을 올려서 인기를 끄는 학생도 있다.

인형 뽑기 관련 게시물 중에는 인형 종류별로 집게로 잡는 위치를 설명하는 '인형 잡는 베스트 위치' 소개 글이나 영상도 있다. '둥글둥글한 지방이는 몸통을 잡으면 금방 잡히고, 머리가 큰 흰둥이는 머리와 몸을 같이 잡는다'는 식이다.

또 일부 인형 뽑기 기계의 경우 좌표값이 설정돼 있어서 일정 금액 이상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인형이 나오지 않는다(소위 '락')는 조작설까지 나돌아 '락' 푸는 방법인 '흔들어 넣기' '바버컷' 등의 기술 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한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조작(락) 없는 전국 인형 뽑기 방 톱텐'을 소개해 많은 청소년의 관심을 얻었다.

한편 이런 현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게임 자체가 소비를 전제로 인기를 끄는 만큼 사행성과 과소비를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화명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빈 군은 "대부분 조금만 더하면 뽑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1000원, 2000원씩 계속 기계에 넣는다. 1회 가격은 싼 편이지만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걸 깨닫게 된다"며 "이런 도박성 때문에 일부 친구들은 게임에 빠져 용돈을 받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금전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학년의 정은주 양은 "인형 뽑기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신 중독성이 강해 특히 청소년에게 위험한 것 같다"며 "인형을 뽑은 후 SNS에 과시하는 사진을 올리고 하는 행태가 어른들이 명품 구두나 핸드백을 산 뒤 자랑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우려했다.

박세현 학생기자 화명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