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진법보다 전력 40% 절감 효과
- IoT·슈퍼컴퓨터 등 개발 도움

3진법을 이해하는 초절전형 반도체 소자·회로가 개발됐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같이 대용량 계산이 필요한 빅데이터 연구, 사물인터넷(IoT) 구현, 차세대 슈퍼컴퓨터 및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박진홍 교수 연구팀이 3개의 논리 상태인 '0' '1' '2'를 사용해 대용량 정보처리가 필요한 프로그램의 원활한 수행을 지원할 수 있는 차세대 초절전 반도체 소자·회로 기술을 개발했다고 미래창조과학부가 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0'과 '1'을 사용하는 2진법 기반의 컴퓨터가 전력 소모량 측면에서 기술적 한계에 도달했고 IoT 등장으로 정보 처리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3진법과 '부성미분저항'(전압이 증가할 때 전류가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 특성에 기반을 둔 이 기술은 미래 초절전 반도체 소자·회로를 개발할 때 필수적인 원천기술이다. 3진법을 이해하는 컴퓨터는 2진법 컴퓨터의 60%에 해당하는 소자만으로도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 반도체 칩의 소형화, 저전력화, 고속화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박 교수는 "숫자 128을 표현하기 위해 종전 2진법을 사용하면 8비트가 필요했지만 3진법을 활용하면 5비트만 있으면 된다"며 "그만큼 반도체 소자·회로가 빨라지고 소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종전 컴퓨터는 트랜지스터의 두 가지 상태를 연산과 데이터 저장에 이용했다. 트랜지스터를 끈 상태를 숫자 '0'에, 켠 상태를 숫자 '1'에 대응해 2진법을 구사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팀은 트랜지스터의 켜진 상태를 미세하게 조절해 다시 두 가지 상태로 구분했다. 완전히 켜진 상태를 '1'에, 반쯤 켜진 상태를 '2'에 대응한 것이다. '0'에 해당하는 꺼진 상태까지 합하면 3진법이 가능하다. 박 교수팀은 이를 위해 2차원 반도체인 흑린과 이황화레늄을 수직으로 쌓아 부성미분저항 구간이 2개인 소자를 만들었다. 보통의 소자는 이 구간이 하나다. 박 교수팀이 만든 소자는 이 구간이 둘이어서 다양한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3진법을 사용하면 2진법을 사용했을 때보다 전력을 40%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게재됐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