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촉각 자극 분배장치 활용
- ADHD 등 치료 이용 가능

명상할 때 집중력 수준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김성철 교수 연구팀이 촉각 자극 분배장치를 이용해 주의 집중력의 수준을 계량화하고 지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국연구재단은 1일 밝혔다.

김성철 교수가 촉각 자극 분배장치를 몸에 달아 명상의 집중력을 측정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제공

촉각 자극 분배장치는 명상 수련자(피험자)의 몸에 진동 자극을 발생시켜 일정 시간 동안 피험자가 인지한 촉각 자극의 개수 등을 실제 자극의 개수와 비교해 인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장치다. 김 교수팀은 명상의 '사띠'(Sati) 기술을 측정하기 위해 2014년 소형 진동모터가 달린 촉각 자극 분배장치를 개발했다. 사띠는 호흡할 때 일어나는 촉감부터 시작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관찰하는 불교의 수행 방식이다. 미얀마 태국 스리랑카 등 남방계 불교의 대표적인 명상법으로 우리말로는 '마음챙김'(Mindfulness)으로 번역된다. 최근 서구 사회에서 주목받는 MBSR(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CBT(인지행동치료) 같은 심리치료법은 대부분 명상의 마음챙김 기술을 활용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촉각 자극 분배장치를 통해 일정 시간 가한 자극의 개수(총 42회)와 피험자가 인지한 결과를 비교해 데이터가 서로 일치하면 '집중', 그렇지 않으면 '산만'으로 분류했다. 일치하는 데이터의 비율이 높으면 집중력이 높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명상의 종류나 운동의 종목에 따라 좌뇌와 우뇌의 주의력이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적인 수행이나 사격과 같은 정적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우뇌가 발달해 몸 왼쪽의 촉각 주의력과 인지 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동적인 수행이나 농구 등 동적 운동을 하는 사람은 좌뇌가 발달해 몸 오른쪽의 주의력과 집중력이 좋았다. 촉각 주의력이 신체의 왼쪽과 오른쪽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발달했는지 측정해 보면 피험자가 어느 활동에 특화돼 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극히 주관적 체험인 불교 명상의 깊이를 객관적인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 주의 집중능력 측정검사나 우울증 치매 등 심리장애 치료에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