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진단에 사용되던 X선이 예술로 변신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지난달 8일부터 오는 18일까지 1층 중앙홀 전시장에서 '뢴트겐의 속 보이는 세상-정태섭 X레이 아트전'을 열고 X레이 사진 작품 1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의료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X선을 활용해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인체와 사물의 내부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 정태섭 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X레이로 사물을 촬영하는 'X레이 아트' 분야를 개척했다.

정태섭의 X선 아트 '와인과 영혼'

특히 이 전시회는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1845~1923)이 진공관을 이용한 음극선 실험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X선의 특성 및 과학적 원리를 설명 패널과 체험장치로 쉽게 소개하고 있다. 1895년 11월 8일 뢴트겐은 연구를 마치고 실험실의 불을 껐는데 빛과 비슷한 무언가가 알루미늄판을 뚫고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X선을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X선 발견은 20세기 물리학 혁명의 출발점이었다. 과학관 손동운 전시연구본부장은 1일 "X선 발견은 방사선 발견, 가속기로 만든 인공방사선, 방사선 의학, 새로운 빛이 보여준 입자의 세계, 빛의 이중성(입자이면서 파동), 물질(전자)의 이중성, 양자역학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퀴리 부인 등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X선은 의료뿐 아니라 고고학, 법의학, 산업 현장(비파괴검사), 미술품 검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고흐(1853~1890)의 걸작 중 하나인 '고흐의 방'의 벽 배경은 푸른색이지만 X선 검사를 통해 원래 자주색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벽은 라일락색'이라고 표현 것을 근거로 미국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프란체스카 카사디오 박사팀은 X선으로 촬영하고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그림을 복원했다.

오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