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사사건 재구성 해 사례 창작
- 검사·변호사 역 나눠 주장 펼쳐
- 가상판례 만들며 법 조항 공부

부산장안고는 영어로 진행하는 모의재판 경연 대회를 열어 학생들이 재판을 쉽게 이해하고 준법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했다.

부산장안고 학생들이 이 학교 영어교과교실에서 모의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모의재판 경연대회(이하 모의재판)는 매년 2학년 인문계열 학생을 대상으로 열리는 교내 행사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어려운 법정 상황을 재현해 재판 속 사례와 일상과의 연관성을 찾는 계기를 찾아 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기획됐다. 학생들은 재판 준비 과정에서 가상의 판례를 창작하기 위해 법 조항을 공부하면서 다양한 사회 문제와 갈등을 살펴보고 준법 의식을 기를 수 있다. 또 검사, 변호사, 판사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자신의 주장을 발휘하면서 합리적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다.

재판 준비 기간은 매년 3월부터 시작되지만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기는 10월 초다. 인문계열 학생 25명은 6, 7명씩 4개 팀을 구성한 뒤 각 팀별로 과거 모의재판 대회 대본을 참고해 재판 사례를 만든다. 이후 각 팀원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 피고인 증인 등의 역할에 따라 개별 조사를 하면서 재판을 준비한다.

올해 모의법정은 형사 재판으로 범위가 한정됐다. 형사재판은 검사의 사법권 행사에 따라 피고 측과 원고 측 간에 합리적인 공방이 가능하지만, 민사재판의 경우 자칫 양측 변호사 간의 말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회 당일이었던 지난달 31일 학생들은 소방관이었던 피고의 아버지가 화재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출한 뒤 사망하자 피해자를 원망한 피고가 3년 뒤 실수로 창고에 불을 낸 것처럼 가장해 피해자를 살해했음을 밝혀내는 이야기 '빨갛게 불태운 복수심'(문진주 조) ▷기관사의 부주의와 선로 보수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사상자 109명이 발생하는 대형 열차 사고의 책임을 묻는 이야기 '1:49:300'(배수종 조) ▷유리회사 회장의 돈에 눈이 먼 회장의 재혼녀가 회장의 비서와 공모해 회장을 독살한 이야기 '눈먼 자들의 최후'(안민선 조) 등을 주제로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리 응시를 위탁한 학부모가 대리 응시자에게 위조지폐를 지불하고 상해를 입혀 법정에 서게 된 실화를 재구성한 형사재판(고보현 조 '삐뚤어진 모정')은 학생들과 관련된 주제라 큰 관심을 끌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대리 응시자가 전치 42주라는 허위 진단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과정을 지켜본 학생들은 실제 재판에 참여한 듯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학생은 "수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입장에서 감정 이입이 잘 됐다"며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변호사 역할을 맡은 최민준 군은 "재판 과정을 재구성하면서 친구들과 법정 상황을 창작하는 과정이 즐거웠다"며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보니 법률적 정확성이 떨어지고, 코미디 요소가 가미돼 실제 재판의 진지함이 없었던 것은 아쉬웠다"고 자평했다.

모의재판 경연 수상자로는 '독살' 사건을 흥미롭게 다룬 안민선 조와 '화재 위장 살인'을 재구성한 문진주 조가 각각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김남희 학생기자 부산장안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