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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채굴로 돈을 벌 수 있는가. 대답은 '운이 좋으면 가끔식 벌 수 있다'로 하겠다. 비트코인은 이제 컴퓨터로는 채굴 할 수 없다. 채굴 난도(difficulty)가 너무 상승한 탓에 PC로는 한 달에 10원도 못번다. 이쪽은 이제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 기계들의 세상이다.

비트코인 채굴만을 위한 전문 기계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PC를 통한 채굴의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여러 대안(가상)화폐(Alternative Currency)가 있으며 이들 화폐는 거래소(exchange)에서 비트코인으로 교환이 가능이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원화나 달러로 교환하면 된다.

올해 2월께 이더(ether)라는 대안화폐의 가격이 급상승했다. 개당 25센트 정도 하다가 며칠새 가격이 10달러 근처까지 올랐다. 이더는 컴퓨터의 그래픽카드로 채굴하는 화폐이다. 기자는 마침 가지고 있던 그래픽카드 2개를 이더 채굴에 투입해 한 달여만에 컴퓨터값을 다 뽑고 근사한 식사를 할만큼의 이익을 남겼다.

경제학에서는 시장에서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경쟁자(여기서는 채굴자)가 시장에 진입, 경쟁이 격화되고 시장 참여자는 '정상이익' 밖에 거두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경제학이 가정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이더가 비록 가격이 급상승했지만 사람들이 이더의 미래를 확신하고 채굴에 뛰어들기까지 조사.연구하는 시간이 걸렸다. 또한 컴퓨터와 그래픽 카드를 구매해 조립하고 채굴을 할 장소를 찾는 데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초과이익' 기간이 한달여 정도 됐고, 마침 그래픽카드를 가지고 있어 즉시 투입할 수 있었던 기자는 그 기간동안 경쟁우위에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언제나 이어질 수는 없다. 지난해는 '채굴의 암흑기'라고 불릴 만 했다. 대안화폐들의 가격이 폭락해 그 어떤 대안화폐를 채굴해도 장비값은 커녕 전기요금조차 감당이 안됐다. 경제 이론대로라면 많은 채굴자들이 시장을 이탈해서 남아있는 채굴자들은 '정상이익'이라도 거둬야 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채굴한 것이다.

이것은 현재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상황과 유사하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40달러대로 급락했지만 셰일오일 업계는 기름을 계속 채굴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폭락했다고 해서 많게는 수억 달러를 들인 채굴장비를 놀릴 수 있겠는가. 셰일오일 업계는 또한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내야하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한다. 장비를 놀리면 창출되는 현금이 없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안화폐 채굴자들도 전기요금 등 운영비를 감당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로 채굴을 한다면 공장을 빌렸을 것이고 공장 대여계약기간이 아직 많아 남아있을 수도 있다. 대안화폐 가격이 폭락했다고 해서 쉽게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의 시장은 경제학에서 묘사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가상 화폐 채굴시장도 마찬가지다. 가상화폐 가격과 채굴 난도를 이용하면 내가 얼마나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계산할 수 있다. 계산을 해주는 사이트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가격과 난도는 언제나 변한다. 가상화폐 채굴시장은 보기처럼 만만한 시장이 아니다. 대규모로 채굴을 한다면 특히 그렇다. 정세윤 기자 spic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