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래 입장서 체감한 현실 담아
- 생생하게 전달 호소력 높여
- 간접 체험·인터넷 홍보 장점도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두드러지게 학교폭력 피해는 줄어들고 있다. 전국 시도 교육청이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매년 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해마다 피해 응답률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현실은 수치로 나타난 것과는 조금 차이가 난다. 또 학교폭력 예방법이나 대처법에 대한 교육도 청소년 눈높이에 맞지 않아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동인고 1학년 강동우, 공은배, 황재민 군이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UCC 제작에 대해 의논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대부분 영상 시청과 외부 강사의 특강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처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은 학생들에게 별다른 교육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또래 입장에서 학교폭력을 예방해 피해를 줄이고 대응법을 알리고자 고등학생들이 나섰다. 부산 동인고 1학년 강동우, 공은배, 황재민 군이 주인공. 동인고는 최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이나 팀을 이뤄 UCC를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대다수 학생은 기존 동영상을 바탕으로 더빙이나 패러디 등 가벼운 흥밋거리를 제작했지만, 이들은 의기투합해 공익적인 내용의 학교폭력 예방 UCC 제작에 나섰다.

같은 청소년으로서 학교생활을 하며 보고 느낀 걸 바탕으로 생생하게 현장감 넘치는 작품을 만들어 호소력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또 UCC는 피해자나 가해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고 인터넷을 활용해 자유롭게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은 관찰자 입장에서 가상의 학교폭력 사례를 보여주는 UCC를 만들었다. 세 사람 중 가해자 역을 맡은 황 군이 피해자 역을 맡은 공 군을 괴롭히고 관찰자 역을 맡은 강 군이 자기 시각으로 보며 느끼는 걸 영상으로 담았다. 학교폭력 현장을 본 강 군이 공 군을 위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고민 끝에 교사를 찾아 목격한 걸 알려주는 장면을 통해 '학교폭력을 목격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알리자'는 주제를 전달했다. 또한, 학교폭력 가해자의 잘못된 행동은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공은배 군은 "피해자 역할을 해 보니 가상이지만 내가 당하는 걸 말할 곳도 없이 혼자라는 생각에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앞으로 학교폭력을 목격한다면 손을 내밀어 곁에서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재민 군은 "이런 일을 주위 친구들이 겪는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하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UCC는 더 많은 사람이 접하고 학교폭력 예방에 함께할 수 있도록 이달 중 유튜브 채널 '노루, 달리나'에 올릴 예정이다.

김도영 학생기자 동인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