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의 한 여고 학생들이 하굣길에 유해업소 주변을 지나고 있다.

청소년들을 등하굣길에 유해업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지정해두었다. 그런데 정화구역을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유해업소의 위협에는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법적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실제로는 청소년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부산 사하구의 건국고와 부산여고 학생들은 하굣길이나 학원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갈 때 휘황찬란한 간판 조명을 밝힌 빌딩 곁을 지나간다. 동아대 인근인 이 지역엔 일반 음식점이나 안경점 같은 가게도 있지만 정화구역 범위를 벗어나면 곧바로 노래방, 술집, 모텔, PC방, DVD방을 쉽게 볼 수 있다. 부산여고 교문에서부터 내려오면 술집이 여러 곳 있어 하굣길에 술에 취한 사람을 흔히 만나게 된다. 학원과 술집이 같이 들어선 건물도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이곳뿐만 아니라 대학과 초중고교가 인접한 지역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정화구역'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유해업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가운데 절대정화구역은 초·중·고교 출입문에서 직선거리 50m까지의 지역으로 이곳에는 어떤 유해업소도 들어설 수 없다. 상대정화구역은 범위를 넓혀 학교 경계선에서 직선거리로 200m까지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지역이다. 이곳도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제할 수는 있으나 원칙적으로는 유해시설 설치가 제한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교와 가깝다고 해서 정화구역을 벗어난 지역에서까지 유해업소를 차단할 수는 없다. 대부분 지역은 학교가 주택가에 있어 유해업소가 있는 경우가 드물지만 유흥가나 대학가에 인접한 일부 지역 학생들은 유해업소를 피해가기 어렵다. 김모(A고 1) 양은 "하교하는 길에 술 취한 사람이 너무 많아 지나가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유해업소는 학생 관리에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한 고교 생활지도 담당 교사는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학생들이 학교 주변 노래방이나 PC방에 가서 늦게까지 있는 일이 잦다. 유해업소를 없앴으면 하지만 현실적으로 변화시킬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벗어난 곳에 들어선 유해업소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사회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시윤 학생기자 부산여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