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마젤란망원경(GMT) 주거울과 가상이미지. 8.4m 짜리 원형거울 7장을 연결하면 주거울 지름이 25.4m에 달한다. 연합뉴스

- 한국 미국 호주 등 4개국 참여
- 칠레 아타카마 사막서 기공

- 선명도 허블망원경 10배 성능
- 달에 켜진 촛불도 볼 수 있어
- 우주신비 풀어줄 7대 과제 수행

허블우주망원경(HST)보다 10배 선명한 천체 영상을 제공해 태초의 우주 탄생 수수께끼를 풀어줄 세계 최대 천체망원경 건설이 칠레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연구팀도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이라 이름 붙은 이 망원경 구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은 최근 칠레 안데스산맥 아타카마 사막의 라스 캄파나스 천문대에서 GMT 기공식을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GMT 건설은 거대마젤란망원경재단(GMTO)이 주도하는 것으로 2003년 시작돼 모두 1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제 프로젝트다. GMTO에는 한국천문연, 미국 카네기재단 천문대, 호주천문재단 등 4개국 11개 기관이 참여한다. 2009년부터 이 사업에 참여한 한국은 1000억 원을 투자하며 망원경이 완공된 뒤 분담금 지분만큼 연간 관측일 중 10%인 한 달간의 독점 사용권을 가진다.

거대마젤란망원경은 지름 8.4m 짜리 원형거울 7개와 1.06m의 부경 7개를 연결해 제작한다. 주경 6개가 구멍이 뚫린 나머지 주경 1개를 둘러싼 꽃잎 모양으로 배치된다. 완성된 망원경의 직경은 25.4m, 높이는 35m, 무게는 1100t에 이른다. 망원경을 둘러싼 원통형 돔은 너비 55m, 높이 50m에 달해 22층 건물과 맞먹는다.

이 같은 초거대 망원경으로 완성되면 허블망원경보다 10배 선명한 우주 영상을 제공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GMT가 보내는 영상으로 우주 본질을 이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빅뱅 이후 전자·양자·광자의 칵테일 속에서 38만 년 만에 광자, 곧 빛이 빠져나오기 시작했고 4억 년께 별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GMT는 현재 관측 한계인 빅뱅 후 10억 년을 최초 별이 탄생한 4억 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더불어 보현산 천문대에 1.8m 규모의 망원경을 보유한 대한민국 천문학에 비약적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GMT의 목적은 더 선명한 우주 영상을 얻어 초기 우주 모습이나 우주 팽창을 가속시키는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다. 우주의 팽창과 초신성 등 숱한 우주 비밀을 알려준 허블망원경의 지름은 2.4m다. GMT가 허블망원경보다 집광력은 100배, 분해능력은 10배 더 높다. GMT의 '시력'이 허블망원경보다 1000배나 높은 셈이다. 달에 켜진 촛불 하나를 볼 수 있고, 400㎞ 밖에 있는 동전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천문연구원 박병곤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25m 급 천체망원경은 인류가 사용해 온 망원경 중 가장 큰 것"이라며 "GMT가 완성되면 우주 최초의 별 탄생, 행성 형성 과정, 암흑물질 등 7가지 주요 과제 연구를 수행해 우주 탄생 수수께끼 등을 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문대가 들어설 칠레의 해발 2000m 이상 고산 사막 지역은 맑고 건조한 날씨에 대기 중 불순물이 적어 세계 최고의 관측지로 꼽히는 곳이다. 라스 캄파나스에는 이미 카네기 천문대 관측소가 들어서 있고, 미국의 제미니 망원경과 유럽남천문대의 8.2m급 VTL(Very Large Telescope) 등도 가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