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날이 밝으면 잠에서 깨고, 어두워지면 잔다. 규칙적인 수면 주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때문이다. 보통 밤 9시께 분비되기 시작해 오전 7시쯤 멈추는 이 호르몬 때문에 사람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기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몸은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신체리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라 부른다. 이 시계는 사람의 신체가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되더라도 예전의 주기적으로 움직이던 상태를 기억해 때가 되면 신체 상태를 변하도록 만들어 준다. 생체시계는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갔을 때 겪게 되는 '시차'를 통해 존재를 알 수 있게 한다.

■생체시계 건강과 직결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하면 평소의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생체시계가 교란을 일으킨다. 생체시계 교란이 만성화되면 균형을 이루던 신체 조화가 깨지면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시간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24시간 깨어있는 시대다. 

그렇다면 잠을 자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 신체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가 있을까.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집중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의 초저녁은 심폐기능이 우수하고, 근력이나 유연성이 높아지는 시간대이기 때문에 운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수학이 생물학 분야 난제 해결 기여

체내에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954년 무렵이다. 생체시계가 당시 과학자들의 주목을 끈 이유는 바로 환경이나 온도와는 상관없이 일정한 리듬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온도가 오르게 되면 다른 생체반응은 빨라지는 데 반해 생체시계의 반응은 이와는 대조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생체시계로 인한 신체 리듬이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규명하려 했지만 60여 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던 생체시계의 원리를 최근 KAIST 수리과학과의 김재경 교수가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체시계의 속도를 유지하는 원리를 발견했다. 

KAIST 연구진은 이 같은 이유를 '피리어드2(Period2)'라는 핵심 단백질에서 찾았다.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피리어드2 단백질에 있는 '인산화 스위치(phosphoryltion switch)'가 피리어드2의 분해속도를 천천히 일어나게 함으로써 비록 온도가 올라가도 생체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김 교수는 "체온이 오르면 생체시계의 분침도 다른 생체 반응처럼 빨리 가려고 하는 것은 똑같다"라고 전제하며 "이렇게 빨리 가려고 하는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피리어드2라는 단백질"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체온이 올랐을 때 피리어드2 단백질이 생체시계의 태엽을 풀어서 빨라지는 분침을 천천히 가도록 늦추기 때문에 일정 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체온이 떨어져 생체시계의 분침이 느리게 가면 이 단백질이 태엽을 감아 빨리 가도록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