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전자피부는 인체 손가락 피부 구조와 기능을 모사해 다양한 물리적 신호를 감지한다. 이 그림은 로봇에 인공전자피부를 적용할 수 있음을 도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실리콘 표면에 형성된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다양한 패턴을 감지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 손가락 지문구조 모사 복합재료
- 미세한 질감·온도·압력 등 감지
- 로봇·의수·보청기 등 활용 가능

손가락 피부 구조를 모사한 '인공전자피부(Electronic skin)'가 개발됐다. 머리카락 한 올의 미세한 압력과 진동, 온도를 손처럼 감지할 뿐 아니라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전자피부다. 감각을 느끼는 로봇이나 의수, 보청기, 건강검진 등 다방면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대 이헌상 교수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 고현협 교수 공동 연구팀은 사람 피부처럼 여러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생체모사 전자피부'를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30일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사이언스 어드밴스는 미국과학협회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사이언스(Science) 자매지다.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는 기존 촉각센서로는 불가능했던 미세 표면 거칠기를 감지할 수 있다. 또 물방울이 충돌할 때 생기는 미세한 압력과 온도 변화도 동시에 잡아낸다. 이는 성형을 해도 미세감각을 느낄 수 있는 '고분자 그래핀 복합재료'를 개발해 손가락 지문처럼 굴곡진 표면을 입힌 덕분이다.

이헌상 동아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기존에는 미세한 압력만 느낄 수 있었지만 새로 개발한 그래핀 복합재료는 압력과 온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전기신호를 발생시킨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손가락 지문은 물체를 집을 때 미끄럼을 방지할뿐 아니라 미세질감을 파악하는 기능도 한다"며 "지문을 비롯해 손가락 피부 내부 구조까지 모사해 표면질감, 온도, 압력, 소리까지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전자피부"라고 덧붙였다.

사람은 손으로 물체를 만지면서 표면 구조와 온도 거칠기 등의 정보를 감지한다. 피부 안에 압력, 온도, 진동 등을 감지하는 감각 수용기(receptor)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부 안쪽의 독특한 마이크로(μ) 구조가 촉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엠보싱처럼 볼록한 미세 돔(dome)들이 서로 맞물린 구조가 촉각 신호를 잘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또 손끝 지문은 표면에 접촉하면서 진동을 일으켜 미세한 거칠기를 감지한다.

	이헌상 교수(왼쪽), 고현협 교수

연구진은 고분자 복합소재 필름을 가공할 때, 한 면에 마이크로 크기의 돔(dome)들을 형성되도록 했다. 그런 다음 볼록한 부분끼리 서로 맞물리도록 필름 두 장을 배치했다. 여기에 지문처럼 굴곡진 표면을 가진 인공지문을 입혀 유연한 생체모사 전자피부를 완성했다.

UNIST 고현협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는 소리로 인한 진동 변화를 감지해 스마트폰보다 더 정확하게 음성을 인식할 수 있어 청각장애인을 돕는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피부 온도에 따라 변하는 맥박을 살필 수 있는 등 생체정보 인식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나노 기반 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 생체모사형 메카트로닉스 융합기술개발사업,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그래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