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중앙여중 학생들이 주민과 함께 서대신동 골목에 그린 벽화.

오래된 주택들의 낡은 벽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하얀 구름, 나무, 강아지, 그림을 그리는 남자, 다정한 가족의 모습까지 어우러져 마을의 벽을 뒤바꿔 놓았다. 벽 앞에 온종일 구슬땀을 흘리면서 페인트칠을 하던 부산 서구 중앙여자중학교 학생 20여 명의 붓끝이 닿자 이끼가 낀 벽은 어느새 벽화가 됐다. 학생들과 함께 벽화작업을 한 마을 주민의 표정도 밝아졌다.

지난달 29일 부산 서구 서대신동. 등굣길을 잇는 담벼락은 낡고 허름할 뿐 아니라 이끼에 뒤덮여 본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에 중앙여중 학생들과 서대신3동 부녀회, 주민센터 관계자 등 30여 명은 함께 벽화 그리기에 매달렸다. 본격적인 벽화 작업을 하기 전 전문가의 사전 교육을 통해 벽화 그리는 방법과 주의사항 등을 익혔다. 이번 봉사에 참여한 1학년 진재영 양은 "친구들과 색다른 추억을 만들고 싶어 참여했다. 벽화를 그리며 동네 주민의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벽화에 직접 쓴 시와 문구도 넣었다. '아프지 마요. 나도 아프지 않을 테니까 항상 건강해 주세요', '꿈을 이루기엔 너무 이르지만, 그 꿈이 시작되기엔 딱 좋은 나이' 등의 감동적인 글을 본 주민은 기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여중 조한결 선생님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하지만 각종 범죄, 특히 학교 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담벼락을 예쁘게 단장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등하교 때 달라진 담벼락을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고 밝혔다.

김은빈 학생기자 부산중앙여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