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얇은 전이금속 이황화물질
- 밴드갭 조절·빛 흡수율 4배 높여
- 구겨지는 태양전지 상용화 기대

국내 연구진이 원자 단위의 미세 조절기술로 가시광 흡수율을 4배 이상 높인 3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광소재를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 김형준(전기전자공학부·사진) 교수팀이 이 같은 연구성과를 거뒀다고 27일 밝혔다.

그래핀과 같이 꿈의 신소재로 각광 받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인 전이금속 이황화물질(MoS₂, WS₂)은 유연하고 가볍기 때문에, 종이처럼 얇고 휘어지는 광센서, 광전지 등에 사용가능한 차세대 소재이다. 전이금속 이황화물질은 '밴드갭'에 따라 빛이 흡수되는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밴드갭을 조절해 원하는 파장대의 빛을 흡수할 수도 있고 다양한 파장대의 빛을 한 번에 흡수해 광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밴드갭이란 물질의 고유한 물리량으로 전자의 이동(전류)을 가로막는 장벽의 높이로 볼 수 있다. 밴드갭(장벽) 높이 만큼의 파장을 가진 빛이 흡수될 때 전자가 밴드갭을 뛰어 넘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밴드갭을 조절하면 흡수되는 빛의 파장을 조절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이금속 이황화물질의 밴드갭을 조절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시도됐고, 물질을 구성할 서로 다른 두 재료를 합칠 때 원자의 비율을 조절하면 원자들 간 영향으로 밴드갭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이론적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작 방법이 나오지 않았으며 5㎚ 미만 두께의 매우 얇은 소재에서도 가능한지는 미지수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교수 연구팀은 기판 표면에 원자 단위로 얇게 박막을 씌우기 위해 활용되던 원자층 증착법을 이번 연구에 새롭게 도입했다. 연구진은 텅스텐 소스와 몰리브덴 소스를 배합해 사용하고 반응 가스와 교차 주입함으로써 원자비율이 조절된 산화물 합금을 만들고, 황화 공정으로 마무리해 소재(전이금속 이황화 합금)를 개발했다. 이때 금속 소스를 배합하는 비율에 따라 원자비율이 달라지므로 밴드갭 조절이 가능해져, 광 흡수율이 높은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로 3㎚의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붉은색에서 초록색까지 넓은 영역대의 가시광선 빛을 흡수할 수 있는 광소재를 개발했다. 또 새 광소재는 기존의 전이금속 이황화 초박막 반도체와 비교해 같은 두께에서 4배 향상된 광 흡수율을 보이는 것도 확인됐다.

김 교수는 "초박막 소재를 원자단위로 미세조절 하는 기술은 소재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성과"라며 "향후 종이보다 얇고 구겨지는 태양전지, 광센서 등이 상용화 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물은 네이처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지난달 23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