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과정 보완 등 대책 필요

2012년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함께 학교에 도입한 또래 상담사가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형식적으로 횟수만 채우거나 상담이 이뤄지더라도 본래 취지인 학교폭력 예방과 관련되지 않은 일반적인 성적 문제 상담이 많다. 또래상담사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국 6396개 학교에서 10만여 명의 또래 상담사가 활동하고 있다.

또래 상담사는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고민을 듣고 공감해 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애초 취지대로 시행된다면 학교폭력 예방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많은 청소년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래 상담의 가장 큰 특징인 친구를 위한 자발적인 봉사라는 취지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래 상담사가 활동하는 A고에는 '의무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상담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더라도 상담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땐 대부분 상담이 무성의하게 이뤄진다. 또 상담하더라도 취지와 달리 단순히 '성적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와 같은 내용으로 이뤄지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또래 상담사인 B(A고 2) 군은 "또래 상담사로서 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다. 상담이 좀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이뤄졌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또래 상담사의 책임의식이 부족하고 상담을 받는 학생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래 상담사는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믿고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하기에 비밀 유지와 같은 부분에서 강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선발 과정에서부터 책임감과는 거리가 있다. C중의 경우 담당 선생님이 자기 학급 학생 가운데 임의로 지명하는 일이 많다. 학생은 거절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받아들여 활동하므로 책임감을 느끼기 어렵다. D(C중 3) 군은 "지명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또래 상담사를 하면 학교가 부여하는 봉사시간을 받기 위해 하기도 한다. 이런 학생이 책임감을 갖고 상담할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애초 또래 상담사 도입 취지는 좋지만, 실행 과정에서 눈높이 상담으로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목적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이 부담없이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인 만큼 또래 상담사 선발과 운영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늘고 있다.

이채현 학생기자 부산대사대부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