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주례여고 교무실에서 교사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 학생들 교내 생활 만족도도 올라

"학교에서 종일 지내다 보면 학생·교사 모두 가장 행복한 시간이 식사 시간입니다. 그런 점에서 맛있는 점심과 커피 타임은 중요하죠." 주례여고 강은영 교감은 학교생활의 행복은 급식과 커피를 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오후 1시 식사를 마친 교사들이 하나 둘 '카페 J.R'이라는 팻말이 걸린 교무실 테이블로 모였다. 교무실 중간에 놓인 타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은 커피를 갈아 커피 가루를 올린 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렸다. 커피 가는 소리와 구수한 커피 향 사이로 교사들이 담소를 나눴다. 2년 전 최희정(일어) 교사 등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교사가 중식 후 커피 타임을 주도하면서 교무실 카페에서 커피 모임은 거의 매일 이어지고 있다.

커피 모임이 활발해지면서 학교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주례여고는 교사와 학생 모두 기피하는 학교였다. 학교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학교 근처에 사는 학부모가 주소를 옮기는 일도 있었다. 지난 2011년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로 지정된 후 학교 변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커피 모임이 교장 등 관리자와 교사 간 자연스러운 소통의 장이 됐다.

커피 타임은 수업과 학생지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교무실에서 함께 커피를 내려 마시며 교사들 사이에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수업과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전대영(정보) 2학년 부장교사는 "커피를 마시며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편적인 시각을 보완하고 바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학교에 활기가 돌고 교사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주례여고 차환옥 교장은 "지난 연말에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학생 대부분 학교생활에 만족한다고 답변했다"며 "맛있는 점심 식사 후 따뜻한 커피 한 잔하며 이야기 나누는 사소한 문화에서 학교 변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정은 학생기자 주례여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