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성 김시민장군 전공비 옆 안내판 모양이 일본 신사 입구를 표시하는 관문 '도리이'(오른쪽)와 비슷하다.

- 충혼 기리는 유적에 부적절 지적

항일 역사유적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일본 신사(神社)의 경내로 들어가는 입구를 표시하는 관문인 '도리이' 형상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부산 북구 구포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옛길의 유혹, 조선 선비 정신을 탐하다' 제1차 기행에 참가한 40여 명은 경남 진주성을 찾았다. 참가자 일행은 진주성 촉석루 옆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을 참배하고, 의기(義妓) 논개의 혼이 서린 남강과 의암, 임진왜란 때 순국한 관민을 기리는 사당인 창렬사를 돌아보았다.

이어 충무공 김시민 장군 전공비를 찾아 안내판을 읽던 일부 학생과 관광객들은 안내판 모양이 일본 신사를 표시하는 도리이와 비슷한 것을 확인했다. 일본의 신사는 일본 국교인 '신도'의 사당으로 전범을 신으로 섬기기도 하는 곳이다. 김시민 장군 전공비 옆 안내판 모양을 본 관람객 김태남 씨는 "일본 침략군에 맞서 진주성 1차 전투를 승리로 이끈 김시민 장군의 전공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신사 모양이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리이 모양을 한 전공비 안내판은 근처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은 1592년(임진년) 임진왜란의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과 1593년(계사년) 진주성을 지키려다 순국한 7만여 민·관군 사상자의 충혼을 위로하기 위해 1987년에 설립했다. 임진대첩계사순의단이 있는 자리는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절 일본 신사가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기행에 동행한 김모(15) 양은 "충무공 전공비와 함께 근처에는 7만여 명의 순국선열을 위로하는 제단도 있는 만큼 항일 역사유적을 소개하는 게시판이 도리이와 비슷한 모습이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보전정책과 관계자는 "진주성 다른 안내판은 가로대가 하나인데 1980년대 중반에 설치한 김시민 장군 전적비 안내판은 길이가 다른 가로대 두 개로 구성돼 있어 일본 신사 관문과 모양이 유사하다"며 "전적비는 경남지정문화재로 당시 도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설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북구 구포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옛길의 유혹, 조선 선비 정신을 탐하다'는 1~3차로 진행한다. 2차는 6월 27일 밀양예림서원, 추원재, 영남루, 3차는 9월 19일 날 산천재, 덕천, 서원, 세심정, 남명기념관을 방문한다.

허수연 학생기자 구포중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