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조별로 테마를 정하고 체험 위주 소규모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가 있다. 테마를 살리기 위해 놀이공원은 논의 초기에 배제했다.

부산 사상구 주례여고는 28~30일 역사 문화예술 과학 진로 등을 주제로 전라도, 경기도, 서울, 대전 등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올해 처음 하는 테마체험여행은 여러 번 학급회의를 통해 학생 주도로 결정했다. 팀장을 맡은 2학년 3반 이승하 양은 "학급회의 시간에 팀별로 사전조사, 일정계획, 사진촬영 등 역할을 나눠 여행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학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전남 고흥 청소년 우주체험센터 등 일부 장소는 몇 개월 전에 예약해야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주요 행선지는 학생 수요에 따라 반별로 정했다. 네다섯 명씩 조를 나눠 가고 싶은 곳을 방문할 수 있는 자유일정도 반영했다.

테마를 정하고 행선지 수요조사를 한 결과, 문과 7개 반은 서울을 희망하는 학생이 단연 많았다. 문과반 공통 일정인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캣츠' 관람, 경복궁 등 고궁 방문에 이어 조별 자유 일정인 진로·역사·문화·예술 등 분야별 체험활동을 한다.

전대영(정보) 2학년 부장교사는 "마침 일정 둘째 날인 4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 '문화의 날'이다. 고궁과 박물관 등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받거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학생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과반(7~9반)은 고흥 우주항공센터 일정을 중심으로 주변지역 역사와 생태 탐방을 한다. 2학년 7반 김희경 양은 "처음에는 서울이 아니어서 실망했지만, 체험활동을 통해 반별로 추억 쌓을 수 있어 기대한다"며 "일본이나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가 많은데 우리처럼 직접 테마와 행선지를 정한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1반 담임 김충균(윤리) 교사는 "'근현대사'를 테마로 경기도 남양주 실학 박물관, 광주 위안부 할머니 기념관 '나눔의 집'에 들를 계획이다. 서대문역사관과 경복궁을 거쳐 일본대사관 앞 정신대 소녀상 앞에서 '플래시 몹'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례여고 차환옥 교장은"학생의 진로진학과 경험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테마형 수학여행을 준비했다. 동문회가 많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최정은 학생기자 주례여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