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대(UNIST) 연구진이 반도체 재료로 사용되는 실리콘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했다. 에너지·반도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생물학 분야까지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UNIST 백종범(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와 신형준(신소재공학부) 교수, 박노정(자연과학부) 교수 및 포항공대 오준학(화학공학부)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꿈의 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을 능가하는 새로운 2차원 구조체(C2N-h2D crystal) 합성에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현재 반도체 재료로 사용하는 실리콘은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성능의 한계에 부딪혀왔다. 이에 실리콘과 비슷한 성질을 지니는 탄소기반의 물질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70년대 전도성 고분자가 발견된 이후 탄소기반의 물질들은 반도체 소자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2004년 발견된 그래핀은 현존하는 물질 중 열과 전기가 가장 잘 통하는 성질로 실리콘을 대체할 물질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래핀은 띠 간격(band gap)이 없는 금속 같은 도체이기 때문에 전류의 흐름을 통제할 수 없어 반도체로 응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띠 간격이란 전자가 존재할 수 없는 영역으로 물질에 띠 간격이 없으면 금속성을 지니며, 띠 간격이 매우 넓으면 전류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의 성질을 지닌다. 반도체 소자는 띠 간격이 적절히 있어야 전류가 흐르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다. 

연구진은 그래핀이 지니고 있는 단점인 금속성을 보완하고자 화학적 합성을 통해 그래핀과 달리 일정한 구멍이 존재하며 탄소와 질소가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는 새로운 2차원 구조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신소재를 주사터널링현미경(물질 표면의 원자 수준까지 볼 수 있는 장비)으로 확인한 결과 그래핀과는 달리 띠 간격이 존재하며, 최적화된 실리콘 반도체보다 성능이 100배나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꿈의 물질로 불리는 그래핀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해 그래핀보다 훨씬 많은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꿈이 현실로 나타날 만한 성과로 여겨진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번 연구는 실용화까지 3~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용화 된다면 반도체소재는 물론 에너지변환 및 저장소재, 촉매, 바이오 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자연과학분야 권위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지난 6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