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민모(18) 양은 ERP(정보관리사) 관련 자격증 시험 인터넷 접수를 위해 담당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해야 했다. 회원가입을 위해서는 휴대전화 또는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인인증서가 없는 민 양은 개인 휴대전화가 없어 부모 휴대전화로 인증을 시도했지만 '본인 명의 휴대전화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 앞에서 결국 회원가입을 포기했다. 원서 접수를 위해 직접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에 전화로 문의해 시험 접수 기관을 방문해야만 했다. 회원가입을 하지 못한 민 양은 수험표 출력마저 자격증 담당 기관에 부탁해 이메일로 받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쳤다.

특성화고 학생의 자격증 시험, 교통카드 청소년 할인 등록 등 인터넷 서비스 이용 시 실제 본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이른바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본인인증은 휴대전화, 공인인증서, 아이핀 등 다양한 수단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 사이에서는 공인인증서, 아이핀 등 발급 절차가 까다로운 수단보다는 간편하고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가능한 휴대전화 인증의 이용 빈도가 높다.

'2013년 청소년 매체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9명은 휴대전화를 쓰고, 청소년 5명 중 4명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높은 휴대전화 보유율에 가려진 휴대전화가 없는 소수 청소년은 인터넷 회원가입 시 본인인증 절차의 불편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부산진여상 2학년 이지은 학생은 "인터넷 회원가입을 위해 본인인증이 필요했는데 휴대전화 액정 고장으로 인증 번호를 볼 수 없어 공인인증서, 아이핀 등을 통한 본인인증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휴대전화 인증이 필요하거나 까다롭고 어려워 회원가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민 양은 "스마트폰 이용 학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비싼 휴대전화 가격과 매달 내야 하는 통신요금이 부담돼 휴대전화 없이 학교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다. 또 어떤 학생들은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 휴대전화를 해지하기도 한다. 휴대전화 없이 학교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쉽게 인터넷 회원가입을 통해 자격증 시험에 접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ERP 자격증 시험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주관하며, 방문 원서접수는 전국교수공제회 부산회관(연제구 연산5동)에서 할 수 있다.

이아름 학생기자 부산진여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