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에 직접 부착·삽입 가능
- 인공근육·장기 등 의료 응용

국내 연구진이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으로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친환경적이고 생체적합성이 높은 물질을 이용함으로써 향후 인체친화형 전자기기의 메모리 소자로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포스텍 이장식(신소재공학과·사진) 교수 주도로 니루파 라이스 호세이니 대학원생(제1저자)이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의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기반으로 생체 친화적인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 실크나 젤라틴 같은 생체 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한 소자가 구현된 적은 있지만 게 껍데기를 이용한 소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게 껍데기를 이용한 메모리 소자는 기존 실리콘 소자와 달리 피부에 직접 부착하거나 삽입할 수 있는 생체적합성 있는 소재라 차세대 캡슐형 내시경, 인공근육, 인공장기, 패치형 전자소자와 같은 의료공학적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메모리 소자는 백금(Pt)·키토산·은(Ag) 구조로 되어 있으며 백금은 하부전극, 은은 상부전극, 키토산은 전압에 따라 저항이 바뀌는 저항변화물질로 사용됐다. 실제 실험 결과 키토산 기반 소자는 정보저장능력과 내구성 측면에서 기존 메모리 소자에 버금갔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키토산 기반 메모리 소자는 부산물로 처리되는 게 껍데기를 주 성분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제작하는 데 아주 적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장점이 있다.

향후 생체 이식이 가능한 전자기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체친화형 전자기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체에 적합한 소재로 이루어진 전자기기의 개발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 같은 측면에서 키토산은 생체 친화적이기 때문에 인체에 직접 사용 가능한 메모리 소자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체에 직접 부착하거나 체내에 삽입해 사용하는 형태의 전자기기에 적용 가능한 것이다.

한편 연구팀은 휘는 성질을 가진 플렉서블 기판 위에서도 키토산 소자를 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다른 연구 분야에서는 친환경·생체적합성 등이 주제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으나 메모리 소자 분야에서는 아직 이런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먹을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친환경적 소재로 된 메모리 소자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지 온라인판 지난달 16일 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