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은 단원 배치 현실성 없어
- 정규 교육과정 조정이 우선돼야

올해 2월 18일 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선행학습 금지법'에 따르면,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 및 방과 후 학교 과정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평가를 금지하고 학원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도 선행교육을 광고하거나 선전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선행학습 금지법'을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의 정상화를 추진하려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행학습 금지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원가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에 대한 선전만 규제한다는 것이지 실제 수업에서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특히 수학 과목의 경우 정규 교육과정 상의 단원 배치가 현실성 없이 이루어진 탓에 사교육 현장에서의 선행학습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현행 7차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고교 인문계열의 경우 '미적분과 통계기본'을, 자연계열의 경우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를 3학년이 되어서야 학교에서 수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1월 초에 있을 대입수학능력시험(수능)을 대비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어 더욱 더 사교육 선행학습에 의지하게 된다. 부산 A고 인문계열 학생인 안모 양(18)은 "2학기 때 '미적분과 통계기본' 공부를 학교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방학을 이용해 집중과외를 받고 있다"라고 말한다. 또 많은 학부모들도 자기 아이만 뒤쳐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불안감을 느끼며 학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이 법안을 통해 학생들의 부담이 덜어질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 학생들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2학년 문과생은 3학년이 되어서야 미적분과 통계기본 공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은 3학년 기간은 수능을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간이다. 즉, 현재 2학년들은 남은 2학기 동안 학교 내신 준비와 개인적으로 3학년 수학 과정의 선행학습을 이중으로 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부담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난 격이다. A고 이모 군은 "학교 시험공부와 선행학습을 다 같이 하려고하니 더 힘들고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한다"라고 말한다.

또한, 국어와 영어 같은 경우 선행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심화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수업을 진행을 하면 선행학습 인지 아닌지 판단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선행학습 금지법'은 실효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포함하고 있으며, 오히려 정규 교육과정부터 현실성 있게 조정한 후 그에 맞는 법 시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교 현장에서는 커지고 있다.

신소연 학생기자 부산외고 2